'소년범 대부' 천종호 판사, 소년법정 떠난다…"잔류 원했지만"

'소년범 대부' 천종호 판사, 소년법정 떠난다…"잔류 원했지만"

기사승인 2018-02-23 13:27:24

‘호통판사’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56·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가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마무리한다. 

22일 부산지법 등에 따르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인해 천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천 부장판사는 가정법원 잔류를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천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인사와 관련한 소회를 남겼다. 그는 “소년재판을 계속하고 싶다고 신청했으나 희망과 달리 생각지도 않은 부산지법으로 발령 났다”며 “8년간 가슴에 품은 아이들을 더는 만날 수가 없어 지난 일주일간 잠 한숨 못 잤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국정감사 때 법관 퇴직 때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며 “이렇게 약속한 것은 법조인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년재판을 계속하더라도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고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했다”며 “6시간 동안 100여명을, 1명당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컵라면 재판’을 해야 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천 부장판사는 “열악한 재판 환경뿐만 아니라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천박하게 취급되며 아무도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아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으나 결국 이렇게 떠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8년째 소년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머리 숙여 감사하고, 앞으로도 소통의 끈을 끊지 않고 아이들 편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천 부장판사는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송치)을 많이 선고하면서도 꾸준히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소년범의 대부로 불렸다. 천 부장판사는 전국 20곳에 이르는 대안 가정 청소년 회복센터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으며,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등을 출판하기도 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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