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가 만료된 증권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NH투자증권, 하나금투,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대표이사들이 이달 주총에 임기 연장 혹은 만료가 결정된다. 증시 랠리로 인해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의 실적이 상승했다. 다만 지주사 혹은 최대주주와 계열사 간 관계 등 업계 내 이해관계로 인해 연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 김원규·이진국, 실적 상승으로 입지 다져…금융그룹 역학관계 ‘변수’
국내 대형 증권사로 꼽히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실적 상승으로 회사 수장의 입지도 넓어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3496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2.1% 늘어났다.
하나금융투자도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146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것이다.
하지만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금융그룹 내 속한 자회사라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내 계열 증권사들은 아무래도 지주사 회장이나 농협중앙회 등의 입김이 강하다”며 “이들의 연임도 사실상 그들이 컨트롤한다”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22일 차기 사장 최종후보군을 확정했다. 내부와 외부 출신 각각 3명이 선정됐다. 후보군으로는 김원규 현 사장과 정영채 IB 부문 대표(부사장), 김광훈 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 6명이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NH투자증권 합병과 이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NH투자증권 내부 관계자는 “김원규 사장의 동생인 김재원 자유한국당이라는 점에서 다소 불리한 점이 있다. 또한 김 사장은 당초 취임할 때 기본임기 2년에 플러스 알파를 보장받았다. NH농협금융그룹 내 3연임을 이룬 CEO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원규 사장 외 정영채 IB부문 대표도 주목받는 다크호스다. 실제 그는 NH투자증권을 IB(기업금융) 부문 업계 강자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사장의 연임도 주목할 만 하다.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성시경(성균관대) 라인인 이진국 사장의 입지도 넓어졌다. 다만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은 금융당국의 부당대출 검사와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 등이 변수로 꼽힌다.
◇ 이베스트투자證, 실적 좋은데 연속 연임 가능할까?…하이투자증권도 ‘좌불안석’
이베스트투자증권 홍원식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주목된다. 홍 사장은 지난 2013년 이트레이드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전신) 사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CEO 물갈이가 있었다. 홍 사장은 이 중에서 임기를 가장 오래한 최고경영자다.
실적 면에서 본다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2013년 말 91억원에 순이익에 불과했던 이 회사가 지난해 4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서다. 전년(244억원)과 비교해도 65.16% 늘어났다.
변수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G&A사모투자전문회사(84.58%)로 LS네트웍스가 지분 98.81%(지난해 3분기 기준)를 갖고 있다. 즉 LS네트웍스 구자열 회장의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구자열 회장의 LS네트웍스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2015년 말 446명이던 직원 수가 2017년 3분기 196명으로 급감했다. 직원 평균 연봉도 5100원에서 38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LS네트웍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8억원으로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수익성과 투자여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3분 기준 LS네트웍스의 ROE는 여전히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유보율도 61.90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S네트웍스는 현금확보 등을 위해서 올해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매각할 대상과 시기다. LS네트웍스는 4월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6월에 무산된 뒤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매각과 관련해 LS네트웍스의 판단도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주익수 사장의 연임 여부도 안갯속이다. 지난 2017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게다가 최근 인수 대상이었던 DGB금융지주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수 여부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편 증권업계 최장수 CEO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