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만 시작하면 학교를 가는 것에 유난히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복통이나 두통, 불안감, 우울감 등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학적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개학병’ 또는 ‘새 학기 증후군’이라 부른다.
새 학기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남들보다 어려워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올 수 있고, 과거 따돌림 등의 트라우마로 인해 등교를 거부할 수도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와 떨어져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장애’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문제는 이 질환이 엄마에게도 나타날 수 있고 또 그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분리불안장애는 주요 애착 대상(부모-자녀)과의 분리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는 기질적 특성을 보이는 아동의 경우, 부모가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분리불안장애의 위험이 증가한다. 또 환경적으로 가까운 사람이나 애완동물의 죽음, 전학, 이사 등 상실 경험이 발병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분리불안장애가 있으면 집이나 애착 대상과 떨어져야 할 때 과도한 고통을 겪는다. 또 주 애착대상을 잃거나 질병, 죽음과 같은 일들이 그 대상에게 일어날 것이라고 과도하게 걱정을 하며 이로 인해 외출이나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송정은 교수는 “마치 학교가 싫거나 무서워서 가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거나 혹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라며 “아동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방 등을 다니기 때문에 학교 입학 전에 문제를 발견한다. 증세가 심한 경우 초등학생의 3~4%, 중학생의 1% 정도에서 나타나며 경미한 증세는 겪는 학생들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송정은 교수는 “아동의 경우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 대신 복통, 두통, 설사, 어지러움, 토할 것 같은 느낌 등과 같은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증상들은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서나 휴일에는 상당히 줄어든다. 그 외에도 혼자서 불을 끄고 잠자는 것을 꺼리거나 악몽(주로 헤어지는 내용)을 자주 꾸는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분리불안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부모들도 아이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거나 과잉보호 등의 양육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불안감이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말이다.
송 교수는 “아동의 불안은 부모, 특히 엄마의 불안과 연관성이 있다. 엄마가 아동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갖게 되면 아동도 불안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엄마가 아동과 분리를 할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아동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아동이 처음 학교나 유치원에 입학을 할 때에도 어머니와 분리되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학교를 다녀와서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평상시에 자녀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아동이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훈육을 할 때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학적으로는 ▲면담치료 ▲놀이치료 ▲행동치료 ▲긴장이완요법 ▲약물치료 등이 시행되며, 평균 6개월 이상 진행된다.
송 교수는 “보통 놀이 치료를 통해 아이의 불안을 줄이고 부모 면담으로 양육태도, 불안 등을 조절한다”며 “아동기 때 심리적 문제가 있으면 어른이 돼서도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