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일반의가 주로 개업하던 동네의원에서 ‘전문의’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동네의원의 80%는 전문의들이 운영하고 있다. 일반의는 의과대학 졸업 후 면허시험에서 합격하면 자격이 주어지는데 반해 전문의는 일반의가 인턴 수련(전공의 1년) 후 4년 동안 전문과목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가정의학과의 경우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이다. 전문의 시험은 보건의료관련 자격시험 중 그 난이도가 가장 높다.
치과에도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하는 10개의 전문과목이 존재한다. ▲치아 교정은 치과교정과 ▲틀니와 임플란트는 치과보철과 ▲아이들의 치과치료는 소아치과 ▲사랑니 발치와 구강암, 양악수술은 구강악면외과 ▲고골이, 턱관절 장애 등은 구강내과 ▲치은염과 치주염, 잇몸뼈 손상은 치주과 ▲치아 손상과 치수, 치근단 질환은 치아보존과 ▲치과질환과 관련된 영상검사 및 진단은 영상치의학과 ▲세포 및 조직검사와 진단을 하는 구강병리과 ▲구강질환 발병 전 예방적 처치에 집중하는 예방치과 등이다.
의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치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과목 수련병원에서 4년간의 인턴 및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전문의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치과의사들도 별도의 추가적인 수련과정 없이 30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전문의시험을 응시할 수 있게 됐다. 수련과정을 거쳐 시험에 응시하는 전공의처럼 시험에 합격해야 하지만 4년과 300시간의 수련과정의 간격은 치과계 갈등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2008년 치과 전문의 제도 시행 전 치과의사들에게 ‘자격 시험 응시 기회’ 제공… 학회 “동영상 강의로 전문의 자격 주는 것은 특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016년 ‘통합치의학과’를 신설하고 한시적으로 올해부터 해외를 포함해 치과의사회가 인정한 수련병원의 수련을 받았거나 300시간 이상의 통합치의학분야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통합치의학과는 포괄적인 치과진료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가정의학과와 비슷한 역할로 볼 수 있다.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2019년부터 전공의 과정을 거쳐 2021년부터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로 인정된다.
그 이유는 치과 전문의제도가 시행된지 1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과 전문의제도는 높은 진료수준을 요하는 전문 진료분야를 담당할 전문의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치과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 시행됐다. 수련 과정을 밟았지만 전문의 제도가 없어 자격 취득 기회가 없었던 기수련자, 전문의제도가 없어 수련을 받지 않은 미수련자 등 시험 응시기회를 얻지 못한 치과의사들에게 시험 응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치과의사와 학생, 대학 교수 및 일반 국민 400여명은 “300시간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며, 이마저도 동영상 강의로 이뤄지는데 치과의 모든 전문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치의학 전문의 자격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라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은 사전심리를 거쳐 지난 1월 9일 ‘전원재판부 심판 회부’ 결정을 받아 현재 본안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한치과보존학회(이하 학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300시간은 짧은 시간이다. 더욱이 교육과정 중 기존 수련과정과 그나마 비슷한 임상실습은 10%로 30시간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90%의 교육시간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채울 수 있다”며 “이는 대학병원과 같은 전문기관에서 수년간의 체계적인 수련과정을 마쳐야 전문의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다른 전문과목과 비교해 엄청난 특례이자, 졸속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과치료는 임상적인 기술이 특히 중요한데, 30시간의 짧은 임상실습으로 전문과목 진료를 익히고, 하나도 아닌 모든 전문과목을 ‘통합’ 할 정도로 전문적인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온라인 강의는 본인이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수강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비난했다.
대한치과대학병원 전공의협의회 오영렬 전 회장은 “300시간 교육으로 전문의 자격을 주는 것은 전문의 자격을 남발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 구강 건강을 수호해야 하는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측면에서도 치과대학생 정원 대비 전문과목 수련 정원이 3분의 1인 수준인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현역 치과의사에게는 대부분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미래의 치과의사는 전문의가 되고 싶으면 수련을 받고자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 치협 “막 전문의 취득한 사람들보다 임상 수준 높아 자격 충분”
그러나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이는 회원들의 뜻을 반영한 최고 의결기구 ‘대의원총회’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모든 회원들은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준수하는 것이 기본 의무”라며 “보존학회와 일부 치과의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전체 회원이 양보하고 합의해 복지부와 함께 시행하기로 한 내용을 깨트리고 반복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치협 관계자는 “이 제도는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다. 과거 전문의 제도가 없어서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 건강에 저해가 된다면 당연히 시행이 안 됐을 것이다. 그러나 기수련자와 미수련자들은 이미 현장에서 통합치의학과가 가르키는 진료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통합치의학과 수련 기준에 맞게 임상실습을 거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제기했다.
그는 “이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막 전문의를 취득한 사람들보다 임상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 자격요건에 하자가 없다”며 “게다가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것이지 전문의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치르는 전공의들과 함께 시험을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 관계자는 “임상을 오래했다고 전문의라 할 수는 없다”며 “일반 개원의가 경력 10년을 쌓았다고 내과 전문의나 안과 전문의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또 치협은 대의원총회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지만 치협은 치과개원의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라며 “전문의가 된 사람과 준비하는 사람은 치과계 전체에서 소수다. 전체 치과의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의견을 제대로 냈을지 의문이다. 반발이 있었어도 묵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 자격시험에 대한 실효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통합치의학과를 개설한 학교 교직원을 보면 하나의 전문과목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통합치의학과라면 기존의 10개 전문과목을 취득한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라며 “출제 문제를 내는 사람이 통합치의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으로 합격 여부를 거르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하기엔 의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제도로 비급여 진료비 상승 우려
“치아교정은 부르는게 값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교정을 하고 싶어 3~4곳을 방문했는데, 전문의가 있는 곳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약 1.5배 정도 더 비쌌다.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많더라. 검색 사이트에도 ‘조금 더 돈을 주고 전문의한테 가는 게 좋다’는 게시물이 많다.”
치아교정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의 말이다.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제도 소식에 그는 “일반 치과의사보다 몸값이 비싼 전문의가 많아지면 치과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학회 관계자는 “치과의사도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수익 창출을 위해 일부는 전문의 제도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과 관여하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치과의사들에 대해 ‘돈만 밝히는 도둑놈’이라는 국민들의 시각이 많다.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도 정부와 협회가 모여 정상적인 제도를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반면 협회 관계자는 “전문의라고 해서 전문의 아닌 사람들보다 치료비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규정도 없고, 일반 치과의사와 전문의가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가격을 더 올린다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보다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우려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