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국내 드럼세탁기의 핵심 기술인 ‘DD모터’ 설계도면 등을 중국으로 빼돌린 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중국의 업체가 DD모터 제조 기술과 설비 등을 갖추면서 동일 제품이 우리나라에 역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효율 모터 국내 제조업체의 중국 현지법인 전‧현직 직원 5명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한 전 연구소장 A(57)씨와 전 생산기술부 연구원 B(3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현직 생산기술부 연구원 C(3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우리나라 대기업에 드럼세탁기 모터 등을 제조‧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의 중국 현지법인 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2015년 1월 이 회사가 보유한 100여 종의 300여 모델의 모터 설계도면과 제조 관련 핵심 기술 자료들이 들어 있는 업무용 노트북을 가지고 중국의 F사로 이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가 빼돌린 자료 중에는 ‘DD모터’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우리나라 드럼세탁기는 세계적으로도 고효율로 정평이 나 있는데, 드럼세탁기의 소음과 에너지 소비량을 낮춘 기술적 우위의 핵심이 바로 DD모터다.
A씨는 F사로부터 DD모터 생산 설비 구축과 모터 개발을 조건으로 한국 회사 연봉의 2배(1억6000만원 상당), 항공권‧주택‧차량 등 인센티브 지급을 제의받고 자료들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5년 2월 자진 퇴사하는 과정에서 생산 설비 설계도면과 검사자료 등 5900여 개의 관련 자료 파일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에게서 3억원을 받고 F사의 사업장에 피해 회사와 동일한 DD모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구축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직 직원 C씨 등 3명은 전직 직원들이었던 A씨와 B씨 부탁을 받고 DD모터 생산방법‧검사방법 등 모든 공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작업지도서 파일, DD모터 생산설비 설계도면 전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로 한국의 피해 회사와 동일하게 만든 중국 F사의 DD모터는 제3국을 통해 거꾸로 한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중국의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서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반응이다,
피해사는 현재까지 영업 손실이 64억원, 추가 매출손실 예상액이 연간 2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적 피해에 대한 별다른 죄의식 없이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 국부가 유출돼 안타깝다”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기술 유출 예방을 위해 기업체의 철저한 직원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관심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와 관련해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공동으로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