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꼭 해야 할까요?

심장 수술, 꼭 해야 할까요?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백만종 교수 "약물, 시술로 치료되는 경우 많지 않아"

기사승인 2018-03-08 05:15:00

흔히 ‘심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뇌나 다른 장기가 죽어도 사망판정을 하지 않지만, 심장이 멈추면 바로 사망선고가 내려진다. 이런 심장에 병이 생긴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슴을 여는 수술에는 적극적이기 쉽지 않다. ‘수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과 대수술이라는 인식, 사망 위험 등 때문이다.

모든 심장질환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약물이나 시술 등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술을 미루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오히려 심장기능이 약해져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장 수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려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백만종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자기 판막 이용하는 ‘판막성형술’, 인공판막 이식하는 ‘판막치환술’

수술이 필요한 심장질환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많이 수술이 시행되는 질환은 판막질환이다. 판막은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해 심장과 정맥에 존재한다. 심장판막 구조에 이상이 생기면 판막이 좁아져 피가 빠져 나가지 못하거나 판막이 거꾸로 피가 역류돼 조그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폐부종, 전신이 붓는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각혈도 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심장뿐만 아니라 간이나 신장 등 다른 중요 신체 장기들도 서서히 상태가 나빠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판막질환 수술법에는 자기 판막을 살려서 성형을 해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판막성형술’과 인공판막을 이용한 ‘판막치환술’이 있다.

망가진 판막을 절제하고 인공판막을 이식하는 판막치환술은 성인에게 가장 많이 시행되는 심장수술법이다. 판막에 염증이 생겨 판막이 점점 단단히 굳어지고 석회화가 생겼을 때 시행된다. 인공판막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소나 돼지 판막을 인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처리하여 만든 ‘조직판막’과 내구성이 강한 특수합금으로 만든 기계, 즉 ‘금속판막’이 있다.

기계판막은 구조가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어 관리만 잘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 백만종 교수는 “환자들 중 심장판막수술을 받으면 반드시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며 “기계판막을 이식받은 경우에는 수술 한번으로 오래 잘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판막을 이식하면 작은 혈전이 판막주변에서 생길 수 있는데, 혈전이 피와 섞여 뇌혈관으로 가게 되면 혈관을 막아 중풍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기계판막 이식 환자들은 반드시 항응고제를 매일 복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항응고제를 먹지 않기 위해 조직판막을 이용하는 경우는 대게 70, 80대 환자들에게 시행된다. 조직판막은 평균적으로 13~15년 사용 후 다시 망가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판막성형술은 늘어나 있는 판막구멍을 좁혀주어 피가 역류하지 않도록 하거나 판막이 서로 잘 붙어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성형방법이다. 환자 판막을 다시 사용할 수 있고,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백 교수는 “하지만 병원에 오는 많은 판막질환자들은 이미 판막의 형태가 매우 나빠진 상태로 오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판막치환술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판막질환 수술은 보통 판막 1개당 5시간 정도 수술 시간이 소요되며, 사망 위험은 2% 내외다.  

◇협심증·급성심근경색 환자, 스텐트 시술로 치료 어려워 ‘관상동맥우회수술’ 시행해야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도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가슴을 열고 7시간 이상 진행하는 수술 대신 가슴을 열 필요가 없어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끝나는 스텐드 시술이 많이 시행된다. 스텐트 시술은 풍선을 활용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넣어 혈관 너비를 유지시키는 시술이다.

그러나 혈관 석회화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혈관을 넓히면 천공이 생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동맥경화 발생 부위가 여러 곳이고 스텐트를 시술한 자리에 질환이 재발한다면 ‘관상동맥우회수술’을 해야 한다. 

관상동맥우회수술은 자기 몸에서 대체혈관을 채취, 막힌 혈관을 우회해서 연결해 혈액이 심장근육으로 잘 공급돼 심장근육이 죽지 않도록 하는 수술 방법이다. 이전에는 심장을 정지시키고 인공심폐기를 사용해 우회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환자 심장 상태에 따라 박동상태에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백만종 교수는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온 심장병 환자들은 우선 심장내과에서 정밀 검사 및 진단을 받은 다음 스텐트 삽입과 같은 시술을 받는다. 이어 지속적으로 통원치료를 하거나 심부전 치료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며 “그러나 약물 요법이나 스텐트 삽입만으로는 증상 조절이 잘 안 되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수술적인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은 심장수술이 큰 수술이고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생각해 수술 받기를 주저한다”며 “물론 판막수술이나 대동맥 수술 혹은 심장종양 제거 등의 심장수술에서는 불가피하게 심장을 정지시키고 심장을 수술해야 한다. 이때 심장이 정지되어 있어도 좋은 혈액을 신체의 다른 장기들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인공심폐기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 심장 수술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심장수술 기법이 발달하면서 심장기능 저하나 폐렴, 뇌 합병증 등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률은 1~3%로 낮아졌다. 특히 국내 수술 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혈액 순환이 점점 좋아지면서 약 10여일 후면 퇴원하게 되고, 1~2 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0만원 수술비로 수술 포기하는 경우 많아  

“암 말기 상태에서 수술을 할 경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처럼 심장병도 말기상태가 되어 생명이 위험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비용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백 교수에 따르면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고통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심장 수술비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상담 시 꼭 문의하시는 내용이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이 정상적으로 수술 후 약 1, 2주내에 퇴원하는 경우 보통 800~1000만원 본인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 30년 전과 비슷한 금액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많이 저렴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도 부담이 되어 심장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술 상담 후 비용을 말하면 수술을 하지 않고 다시 심장내과로 가서 약물요법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내과 교수님들이 이미 약물요법 단계를 지나서 수술방법을 권유했는데도 비용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수술 환자들은 사회복지법인들을 연결해 수술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 또한 이러한 환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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