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위해서는 ‘대리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대한의사협회와 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긴급진단]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주제 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자리에서는 핵가족화, 독거노인 증가, 외국인 환자 등 현실을 반영해 가족 범위에 대한 조정과 대리인 제도의 필요성이 나왔다.
현재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의사표현이 가능할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받거나, 미리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담당의사 2인의 확인이 돼야 가능하다. 의사표현이 불가능 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의사 2인의 확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 가족 2인 이상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임종기 시 가족 전원을 소집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특수한 상황에서 친족관계가 연명의료를 결정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한 여성의 의식이 없다. 8년간 연락을 하지 않은 아버지와 여성을 친 자식처럼 키운 고모가 있다. 여성 스스로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없을 때 오랜 시간 소식이 없었던 아버지가 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며 가족 범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2007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한 일본에서는 가족이 환자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즉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케어팀(care team)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한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는 친족관계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가족이 없는 경우 일본은 연명의료를 의료care team이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결정이 불가하다. 이를 어길 시 우리나라는 1년 이사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허 교수는 “일본은 환자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지원팀에서 상의해 결정하지만 국내 의료계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윤리분과 위원장은 “현실 가족 관계는 다양하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대리인 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복잡한 가족 관계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법상 손자, 손녀는 외손자, 외손녀라 할지라도 직계비속에 해당한다”면서 “만일 환자에게 딸이 5명이 있다면 의사는 딸의 가족관계까지 파악해 외손자, 외손녀의 수십 명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자녀와 손‧자녀가 있다면 합의를 요구하는 직계비속은 자녀에 제한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또한 “특히 의식이 없는 무연고자, 독거노인, 외국인은 가족 확인이 어렵다. 이들에 대한 제한적 대리결정 제도나 지정대리인 제도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