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합리적인 공공의료 및 정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주환 서울의대 이종욱 글로벌의학센터 교수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환자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공익적 임상연구 추진 전략’ 세미나에서 보건의료 의사결정 중 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오주환 교수는 “시장에는 베타버전이라는 것이 있다. 상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 대중들이 참여해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책으로 넘어가면 보건분야의 관료들이 정책을 만든다. 전문가만 주도하는 결정이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 시행 전 일반 국민들이 참여해 사회적 가치판단이 반영돼야 효과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5회 국민참여위원회’에서는 국민의 참여 전후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일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토론 전 시민들은 ‘64.3%’ 찬성했으며, 토론 후에는 ‘90%’로 늘어났다. 국민-정부가 함께 논의한 것에 대해서는 100%가 만족했다.
오 교수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는 국민들의 사회적 가치 판단으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참여하면 심사숙고형 민주주의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국민이 참여해야 복지 혜택 결정의 정책 실패를 감소시킨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보건 정책 수립은 물론 임상 연구의 모든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 환자·대중 참여 연구팀 사이먼 드네그리(Simon Denegri) 연구 책임자는 “영국 시민들은 임상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필요하고 생각되는 연구가 있으면 연구자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각 시의원에게 서신을 요청한다”며 “연구원들 또한 국민들을 연구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동등한 입장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구를 진행하기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얼마나 참여해야 하는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연구비 지원 시 심사를 받을 때도 일반 시민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며 “이것만 봐도 대중 참여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시민 참여 부분에 있어서 영국과 한국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의료공공성과 신뢰도의 차이일 것”이라며 “시민의 의견이 배제되고 반영이 되지 않으면 누가 참여를 하겠느냐. 민간병원 위주의 의료 시스템이 시민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에 개방하는 민간 영역에는 적극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시민 참여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영역은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라도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민 참여”라고 강조했다.
“환자없이 환자에 관한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을 가끔 한다”며 말문을 연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시민참여위원회, 국민참여위원회 등 사례가 정식으로 발표된 것은 오늘 처음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 참여는 환자보다 오히려 시민 참여에 보편화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자들은 정책 참여 등에 필요한 전문 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다”며 “현장에 관한 아이디어는 더 많지만 정책 과정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슬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사무관은 “연구 참여 대상이 일부 환자에게만 국한돼 있어 환자 참여가 미약한 거라 본다. 앞으로는 많은 환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