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가 무서운 이유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먼지 크기가 작다보니 눈, 코, 인후부에 여러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폐 속 깊이 침투해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악화시킨다. 피부와 모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김경남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 2014년 전세계에서 약 700만 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했다. 김경남 교수는 “미세먼지에는 산화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흡착돼 있다. 이런 물질들이 직접 폐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면역 관련 세포들 작용으로 호흡기계 손상이 올 수 있다. 전신에 확산돼 심혈관계, 뇌신경계 등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자의 경우 단 몇 일, 몇 주 내의 단기 노출에도 미세먼지로 인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증 증 정신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남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뇌 등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미세먼지에 장기노출되면 전신적 염증반응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우울증 발생과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성인과 노령인구에서는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영유아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발달장애 질환 위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3년부터 WHO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각각 사람에게 충분한 발암 근거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 1급 발암 물질 ‘Group 1’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특정 국가만 아니라 세계 각국 연구에서 매우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며 “폐암은 물론이고 방광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과 혈액암은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임신기간 중 미세먼지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저체중 출산 및 조기출산 가능성이 있다. 사산과 태아의 선천성 이상과 관련성이 의심되고 있으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영유아는 낮은 농도의 노출에도 다양한 영향을 보일 수 있다. 수 년간 대기오염이 높은 지역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폐기능 성장 부진, 비만 위험 증가, 인지기능 저하,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는 안구 표면에 침착해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 교수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염증이 안구건조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프트 콘택트렌즈는 건성안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에 안경 착용이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결과는 아니다. 단 하드렌즈의 경우 미세먼지와 별개로 황사 같은 큰 입자가 날릴 때 이물질이 렌즈와 각막 표면 사이로 들어가 자극을 일으키고 각막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경 착용이 바람직하다”고 주의를 요했다.
그는 “또 안경은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 미세먼지가 많은 날 눈 건강을 위해 렌즈보다 안경 쓰는 것을 추천한다”며 “눈의 자극 증상이 심할 때는 가급적 눈화장이나 염색과 같이 눈에 자극을 주는 요소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피부와 모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대표원장은 “따뜻한 봄에는 피부의 피지샘과 모공이 열리면서 피지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이때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게 되면 피지와 함께 섞여서 모공 속으로 들어가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며 “특히 평소 여드름이나 아토피,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증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호 원장에 따르면 여드름은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 생기기 쉬운 피부 트러블이다. 미세먼지에는 수은, 납, 알루미늄 등의 중금속이 함유돼 있고 그 입자도 매우 작아 모공 깊숙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공 속 피지와 뒤엉켜 노폐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런 노폐물들이 여드름 발생을 촉진시키거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피부를 만지거나 외출 후 더러워진 피부를 그대로 방치하면 여드름으로 인한 염증 부위가 덧나거나 2차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나 자극성 접촉 피부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 원장은 “아토피가 있는 경우 그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며 “아토피환자의 경우 건조한 봄철 날씨에 가려움이 심해지고 상처에 미세먼지들이 붙어 2차 감염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거듭된다”고 전했다. 그는 “아토피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라며 “적정 생활온도(18∼20도)와 습도(50∼60%)를 항상 유지하고, 가급적 외출은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 마스크 착용 등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탈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먼지가 모발에 달라붙어 두피의 모공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두피 호흡을 방해해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세포의 활동을 떨어뜨린다”며 “이는 모발을 가늘게 만들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빠지게 만든다. 특히 미세먼지에 함유된 중금속은 모발주기를 변화시키고 모낭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낭세포가 파괴되면 모발이 휴지기 모발로 변화돼 쉽게 부러지거나 빠지게 된다. 또 중금속으로 파괴된 모낭세포는 더 이상 모발을 생성하지 못해 영구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미세먼지가 심할 때 꼭 외출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헤어 젤이나 스프레이, 무스 등의 스타일링 제품은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하면 두피에 끈적함이 남아 먼지나 오염물질이 더 잘 붙기 때문”이라며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머리를 감아 모발에 묻은 오염물질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지를 잘 흡착해 배출시킬 수 있도록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가글과 양치질, 비강 내 생리식염수 세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야외 활동 후 집에 들어오면 옷이나 가방 등에 쌓인 먼지가 이차적으로 실내를 오염시킬 수 있다. 귀가 전 옷이나 가방에 묻은 먼지는 바람을 등지고 꼼꼼하게 털어내야 실내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