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돌아다니는 아파트와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앞 도로에 하루 500~600개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물류센터 허락하시겠습니까? 절대 허락 못합니다."(하남 미사지구 거주민)
신세계가 꿈꾸는 경기 하남 온라인 물류센터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서울 장한평, 구리에서 진행하던 물류센터가 시민 반대로 백지화된 데 이어 3번째 갈등이다. 반대 이유가 지역 주민의 쾌적한 삶을 침해한다는 것이서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LH로부터 사들인 하남미사지구 4개 블록 부지 활용에 대해 "30층 높이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지어 새로 분사되는 SSG닷컴의 심장부로 키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물류센터가 빚을 주거환경 침해와 교통 대란 등에 대해 지적하며 벌써부터 반대에 나섰다. 지난번 구리에서처럼 지역주민 대표 연합체를 만들어 공동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 물류센터가 입주할 미사지구 앞 황산사거리는 하남으로 들어오는 길목인데다 단일 노선이어서 지금도 교통이 혼잡한 상태다. 신세계 물류센터가 들어오면 시민 불편이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트럭이 내뿜는 미세먼지와 교통사고 위험 등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게다가 하남 미사지구는 청정수변지역인데다 이제 개발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만큼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에 대한 니즈가 무엇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사강변도시 자족시설지구내 신세계 물류단지 계획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 120명이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청원에는 "자족지구 건너편은 공동주택 단지로서 곧 입주되고 그곳에는 초등학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이 인접해 있다"며 "주거단지에 인접한 물류단지라니 말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내용의 '하남자족U2(8-3,4,5,6) 이마트 대형 물류센터건립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5일 오후 2시 40분 기준 무려 7640명이 청원에 찬성했다.
이 청원에서도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오게 되면 수백대의 트럭이 다니면서 일대 환경을 파괴하며 위협을 준다"며 "공장 및 물류센터와 같은 위협을 유발시키는 건물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했다.
지난달 29일 하남 시민들은 LH하남사업본부 앞에서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남지역 국회의원인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오수봉 하남시장도 이날 오전 하남시 주민들과 한국토지공사 하남사업본부를 방문해 신세계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오수봉 하남시장은 이날 LH하남사업본부 1층에서 진행된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주민 합의 없는 초대형 물류센터 입점을 하남시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족시설 개발을 위한 계획은 미사강변 및 구도심 주민과 함께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LH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신세계는 LH와의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계약연기를 요청해 무기한 연기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신세계는 2015년 서울 장한평, 지난해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내에 대형물류센터 준공 사업을 추진했으나 그때마다 시민들이 주거환경 침해, 교통 대란, 교육환경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며 센터 건립을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신세계는 "한국 아마존이 될 온라인사업의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데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기 전에 논란이 돼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주민 동의 없는 사업진행은 하지 않을 것이고, 지역과 충분한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LH와 계약체결일을 연기 하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