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규순환 출자 해소 방침을 발표, 재벌개혁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 44일 만이다.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지분 2.11%) 전량을 매각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종가기준 처분금액은 약 5822억원이며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된다.
매각 주관사는 시티증권과 CS증권사다. 주관사는 이날 장 마감 후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한 뒤 매각 조건과 배정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금액은 삼성SDI 사업에 필요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6개월 이내에 매각하라고 통보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삼성전자·생명→삼성SDI·화재·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상태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놓겠다는 것이 공정위 방침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 7개 고리를 모두 끊기 위해서는 삼성SDI뿐 아니라 삼성전기(2.61%), 삼성화재(1.37%)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도 전량 매각해야 한다. 매각 대기 물량이 남아있을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장은 계열사들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비슷한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SDI가 보유한 물산 주식을 전량 매각한 이상 삼성전기도 조만간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겠나”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시가 나올 때까지는 확답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