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화, 지워가는 김성근의 그림자

달라진 한화, 지워가는 김성근의 그림자

달라진 한화, 지워가는 김성근의 그림자

기사승인 2018-05-09 16:22:37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다. ‘반짝 반등’은 이전에도 있었다며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지만 최근 몇 년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는 각종 지표가 한화의 향후 시즌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한화는 9일 현재 19승16패로 3위다. 4위 KIA 타이거즈와는 2게임차를 유지 중이다. 시즌 초반 5연패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두산과 SK의 2강 체제를 위협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5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야신’ 김성근 감독도 한화의 ‘만년 약체’ 이미지를 벗겨내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 혹사, 퇴임 과정에서 구단 프론트와의 마찰 등 각종 논란만 남긴 채 한화와 이별했다.

‘한화는 김성근도 못살린다’는 비관적인 평가가 잇따랐지만 한화는 조금씩 변화를 준비했다. 지난 시즌 김성근 감독이 중도 퇴임한 이후 지휘봉을 잡은 이상군 감독 대행은 ‘건강야구’를 목표로 내걸고 리빌등의 초석을 다졌다. 지친 베테랑들에겐 휴식을 부여했다.

그리고 올 시즌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의 지휘 아래 한화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특별타격훈련(특타)과 특별수비훈련(특수)이 사라진 것이다. 김성근 감독 시절 한화에서 특타와 특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었다. 당일 경기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선수들은 어김없이 김 감독의 지시 아래 체력이 소진될 때까지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했다. 효율성에 초점을 둔 훈련 방식을 팀에 도입했다.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등에 집중하며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한화는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모습을 일부 되찾았다. 한화의 2016시즌과 2017시즌의 팀 타율은 각각 2할8푼9리, 2할8푼7리로 각각 7위와 6위였지만 올 시즌은 2할8푼5리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특히 1번부터 6번까지 3할 타자들이 차례로 포진하는 등 무게감과 짜임새가 더해졌다. 

희생번트 지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화는 2016년 희생번트 87개로 리그 최다 2위였다. 김 감독이 경질된 2017년에도 희생번트가 무려 85개로 리그 1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가 현재까지 기록한 희생번트는 단 4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생산력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경기 막판 집중력도 달라진 대목이다. 한화는 8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회에만 4득점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거둔 역전승만 벌써 12차례로 리그 공동 1위다. 리그 최다 역전패(46패)의 멍에를 쓴 지난해와는 분명 상반되는 모습이다. 

막강해진 뒷문도 이전의 한화와 다르다. 

그간 한화의 구원진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6시즌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5.25로 리그 7위였다. 반면 소화한 이닝은 무려 706.2이닝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 10명 가운데 5명이 한화 투수들이었다. 박정진과 송창식, 권혁 등은 이때의 후유증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구원평균자책점 3.47로 리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서균과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박상원과 박주홍 등 새 얼굴들이 뒷문을 두텁게 만들었다. 필승조를 2개로 분할해 운영할 정도로 풍족한 자원에 웃음 짓고 있다. 

소화 이닝은 역시 137.1이닝(2위)로 여전히 많지만 롱릴리프와 허리를 오가는 송은범과 이태양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대체로 이닝을 조절 받으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베테랑, 고액 연봉자 중심이었던 팀이 김진욱과 정은원, 서균 등의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팀으로 변모했단 점도 이전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긴 암흑기를 끝내고 비상하는 독수리를 바라보는 한화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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