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TV에 출연,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경남 통영지청)를 필두로 우리사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 대중을 비롯해 국회도 여야를 불문하고 서 검사를 지지하는 의원 모임 등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력형 성범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형법 및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등장, 눈길을 끈다. 해당 법안은 국내 미투 운동의 여세를 몰아 업무상 위력 등을 이용한 성범죄의 경우 법정형을 상향시키고 공소시효 역시 연장키로 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본회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미투 법안’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가해자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관통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현행 법은 이러한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형법 제303조)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보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제10조)는 죄질에 비해 낮은 법정형으로 적시돼 있어 개정 목소리가 높았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로써 간음이 추행보다 죄질이나 위법성 면에서 가볍지 않지만, 동법상 강제추행죄(제298조)의 ‘징역 10년 이하’ 보다 낮은 실정이다.
이번에 발의된 ‘미투 법안’은 위계·위력 간음죄, 추행죄의 법정형을 각 ‘징역 10년 이하, 벌금 5천만원 이하’, ‘징역 5년 이하, 벌금 3천만원 이하’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듯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법정형이 상향되면, 향후 미투 운동으로 폭로, 특정된 가해자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추행죄의 공소시효는 각 현행 7년에서 10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백 의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범죄”라며,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 조직 또는 직장 내에서 성폭력범죄를 근절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백 의원이 발의한 관련 미투 법안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도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상대방 의사에 반해 간음하는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사업주에게 직장 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 조치 의무를 부과토록 하는 것.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신고의무자가 장애인에게 성희롱·성폭력을 행한 경우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이제 막 정상화된 국회가 이러한 법안들을 미투 운동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관심이 높을 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법 개정에 있어 대중적 관심이 법안 통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한 미투 운동이 촉발되고 있지만 사실상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미비, 또 다른 피해자들의 문제제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일을 제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