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이 싸늘한 여론을 바꿀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은 지난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프로 첫 데뷔전을 치렀다. 13대2로 팀이 크게 앞선 9회초에 등판해 최고 151㎞ 달하는 빠른 공으로 롯데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채태인에 안타, 문규현에 볼넷을 내줬지만 김동한을 삼진, 앤디 번즈를 병살타로 유도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았다.
이어진 27일 롯데전에서는 더욱 유연해진 모습이었다. 팀이 4대6으로 뒤진 6회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51㎞의 빠른 공으로 이병규와 정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에는 단 공 8개로 문규현과 한동희, 나종덕을 잇따라 막아냈다. 8회 역시 공 8개면 충분했다. 손아섭을 유격수 땅볼, 조홍속과 채태인을 각각 유격수,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빠른 공 뿐만 아니라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안우진은 선두타자 이대호를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리그를 대표한 타자를 맞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병규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번즈를 삼진 처리했다. 문규현은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투구를 마쳤다. 3⅔이닝 3탈삼진 무피안타 완벽투였다.
스프링캠프와 2군 경기를 치르지 않아 체력과 실전 감각이 전무한 상태에서 펼친 투구라 더욱 인상적이다. 휘문고를 졸업한 안우진은 191cm 90kg의 좋은 하드웨어와 남다른 구위로 고교 시절부터 ‘탈고교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넥센과 계약금 6억원에 도장을 찍었지만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거듭 반성의 자세를 내비쳤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결국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넥센 구단도 자체적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 기간 마음 고생으로 8kg 가까이 체중이 감소했다.
넥센은 징계가 끝나자마자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안우진을 1군에 올렸다. 2군에서 준비 과정도 거치지 않아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넥센의 성급함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단 반응이다. 단 2경기에 불과하지만 안우진의 등장은 삼성의 양창섭, 롯데의 윤성빈 등 리그의 신인들이 보여준 임팩트 그 이상이다.
물론 안우진의 호투에도 여전히 여론은 차갑다. 응원과 환호보다는 비아냥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안우진이 자초한 일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순 없다. 학교 폭력에 가담한 사실은 안우진이 은퇴하는 날까지 낙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걸출한 신인 투수에 목마른 현 상황에서 안우진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여론의 분노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다. 더불어 시즌이 마무리 지속적인 재능 봉사 등으로 속죄의 뜻을 보인다면 응원의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물론 피해자를 향한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는 필수다. 여론을 반전시키고,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온전히 안우진 본인에게 달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