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도산면 예안향교 부근에서 7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시대 산성이 최초 발견됐다. 이 산성은 고구려 양식을 빌린 데다 산성내 건물지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여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일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예안향교 부근 독립된 구릉지역을 둘러가며 흔적만 남아있던 석성 발굴을 위해 용역비 3억7800만 원을 들여 일대 2360㎡에 걸쳐 문화재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했다.
발굴 결과 산성공원 부지는 ‘선성산성’으로 불렸고 지리상 영남지역에서 안동을 거쳐 영동지역으로 이어지는 교통로의 배후에 위치한 방어 및 행정 목적의 치소성(治所城)으로 추정된다.
성내 건물지 구간에서 고려∼조선시대 건물지 5동과 각루 건물지 2동, 삼국시대 초축성벽(品자형 바른층쌓기 방법, 서쪽 및 북쪽 체성벽) 및 기단보축이 확인됐다.
이후 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일제강점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북문지와 이와 연결된 체성벽도 발견됐다.
출토 유물은 조선시대 백자편과 무문와편, 창해파문와편, 고려시대 어골문와편, 막청자편과 대호편, 초축성벽과 관련된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 문화층에서는 태선문와편, 토기편이 나왔다.
명문기와는 중복된 각루 건물지의 선행유구 기단부 외곽과 북문지 외곽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됐다.
선성산성은 동국여지승람이나 선성지 성곽조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기록에 의하면 ‘성 내부에 관창과 성문이 있으며, 문 위 누각에 60인이 앉을 만하다’고 했다.
이번 발굴 조사 결과에서도 규모가 큰 창고형 건물지가 노출되는 등 비교적 기록물과 상응하는 부분 외에 삼국시대로 판단되는 3m 높이의 성벽이 확인되는 것 등으로 보아 해당 산성이 상당한 규모를 갖고 오랜 기간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지난 1일 발굴 현장(도산면 서부리 산 17-1)에서 학술회의를 가졌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예안향교 부근 독립된 구릉지역을 둘러가며 흔적만 남아있던 석성을 7세기 신라성으로 추정했다.
이 신라성은 신라의 수도 경주 명활산성에서도 볼 수 없는 발달된 고구려 축성기술을 차용해 쌓은 석성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물을 모았던 집수지 등에 대한 추가발굴이 진행되면 축성시기가 6세기까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고재완 유교신도시진흥과장은 “선성산성의 정밀 발굴 조사내용을 토대로 성곽 전문가 학술회의를 갖고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해 그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문화재(사적) 등록신청 및 종합적인 정비·복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