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도 뒤늦은 미투 바람, 지위 이용한 성추행·갑질 논란

증권가에도 뒤늦은 미투 바람, 지위 이용한 성추행·갑질 논란

기사승인 2018-06-29 06:52:00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도 올해 들어 성추행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 2016년 한국거래소 본점(부산)에서 성추행 피해 여직원의 자살로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보와 성추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의 모 임원이 영남지역 지점장을 상대로 갑질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한 임원이 영남지역 지점장들을 상대로 회식 자리에서 갑질과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보직 해임 및 감봉(3개월)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추행 당사자로 지목된 A전무는 지난해 2월 초 영남지역 지점장 회의 후 회식자리에서 지역 지점장을 상대로 탈의할 것을 강요하고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회사는 결국 이달 초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A전무에 대해 감봉 3개월 및 보직해임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퇴사 조치가 아닌 보직해임이라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에 불거진 문제였고, 이미 마무리된 사안”라고 해명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사건은 동성 간 성추행 문제였다는 점이다. 실제 남성 성폭력 피해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율은 12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성별을 넘어 갑을관계에 따른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모 증권사 블라인드 게시판에 회사 직원들이 임원들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대신증권도 올해 초 회식자리 성추행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지난 1월 대신증권 경기도 모 지점에서 열린 회식에서 해당 지점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말리던 남직원을 폭행한 사측에 의해 징계처분 받은 후 회사를 퇴사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 근무하던 한 여직원도 지난 2016년 직장 내 집단 따돌림과 상사의 성추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거래소는 가해자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해자는 여전히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는 등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없는데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며 “고인에 대한 집단 따돌림 행위자로 지목된 동료직원 4인은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측은 “(이 사건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의 문제”라면서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경찰청의 엄정한 수사가 진행됐으나 성희롱 및 직장 내 따돌림이 있었다는 의혹과 이로 인해 거래소 직원이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인과 관계 역시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갑을 관계가 명확한 권력관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지난 4월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고용 관계인 성폭력 범죄 사건 수는 2013년과 비교해 지난해(2017년) 38.5%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431건, 2014년 457건, 2015년 461건, 2016년 526건, 2017년 597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강간과 강제추행이 2013년 420건에서 지난해 574건으로 4년 사이 36.7% 늘었다.

박 의원은 “고용관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를 감추거나 가해자가 범죄 은폐를 강요하기 쉬운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과거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계약직 여직원 A씨가 직위에 의한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였다. 결국 A씨는 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9월 26일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당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은 취약한 위치가 될 수밖에 없기에 노동현장에서, 사회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할 수 있다. 기업주가 고용을 빌미로 저임금과 성희롱으로 여성들을 통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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