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 한국토지신탁 차정훈 회장, 고공성장 따른 '명과 암'

[부동산 금융] 한국토지신탁 차정훈 회장, 고공성장 따른 '명과 암'

기사승인 2018-07-04 08:20:00

<편집자 주> 부동산 금융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확장되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신탁이란 고객이 토지를 신탁회사에 위탁하고 신탁회사는 위탁 받은 토지를 개발해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국내 부동산 개발은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통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의존해왔으나 최근에는 건설사는 단순도급 형태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탁회사는 개발 경험과 자금력을 통해 종합 부동산금융회사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서울 지역 재건축 시장에도 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신탁사 한국토지신탁의 성장 과정 그리고 사업 추진과 관련해 명암을 짚어보기로 한다. 

국내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토지신탁은 신탁사와 시행사(디벨로퍼)의 역할을 동시에 맡으면서 승승장구 성장해 온 기업이다. 토지를 위탁 받아 개발 후 수익을 토지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차입형 신탁’ 사업의 성공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 자산가치도 설립 초기와 비교해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탁사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3년 ‘코아루’라는 자체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 시행사업도 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 영역도 조금씩 다각화하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진통도 간과할 수 없다. 급격한 성장세 만큼 차정훈 회장 경영권 분쟁, 부실시공 논란에 따른 입주자와 갈등, 각종 소송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흑역사’다. 

현재 사업과 관련한 리스크 요인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만큼 지방에 아파트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한토신에게도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 차정훈 회장, 민영화 추진 이후 한토신 인수…자산 규모 급성장

한국토지신탁은 한국토지공사 산하 알짜 공기업(100% 자회사 출자)이었으나 지난 2009년 민영화 절차를 밟으면서 독립된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한토신의 실질적 소유자 차정훈 회장(당시 엠케이전자 회장)이 인수하면서 민간 회사로 성장해 나간다. 

지난 1999년부터 처음으로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199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자산 규모가 약 19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한토신의 자산 규모(2018년 1분기 기준)는 1조1883억원으로 20년 전(1997년 12월 기준 586억원) 대비 무려 1900% 증가했다.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한토신의 전체 매출은 2293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말 146억원에 불과했던 전체 영업수익(매출)이 1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재개발 사업 및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부산 동삼1구역 재개발, 부산 범일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인천 학익1구역 재개발,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 서울 방배삼호 재건축사업에서 사업대행자 또는 사업시행자로 나섰다. 


◇ 민영화 이후 각종 잡음…입주자 갈등·소송도 급증

성장 과정에서 논란도 간과할 수 없다. 한토신은 민영화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경영권 분쟁과 더불어 소송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토지신탁이 소송가액(피고)은 2143억7200만원(128건)이다. 이는 경쟁사인 한국자산신탁(1312억9000만원) 보다 63.28% 많은 액수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소송가액 2143억원중 1289억원은 당사가 아닌 이랜드리테일이 사실상 부담하는 소송”이라며 “당사가 담보신탁중인 서초 잠원에 있는 뉴코아백화점 뉴코아 소유자이자 위탁자인 이랜드리테일이 사실상 부담하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회사(68.9% 종속기업) 코레이트자산운용은 펀드투자금 등 3건의 소송(소송가액 236억7700만원)으로 피소된 상태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투자 실패가 분명한데도 충당금 적립을 누락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임원 2명에게 각각 해임요구와 직무정지 3개월)를 받기도 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코레이트자산운용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한 건은 당사가 코레이트자산운용을 인수하기 이전에 발생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간 갈등도 논란거리다. 아파트 입주 시 입주자와 시행사 및 시공사 갈등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한국토지신탁도 부실시공 논란으로 강원도 문막 서원주 코아루 아파트 입주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현재 하자 관리를 하고 있고 시공사 태왕이앤씨 1차적인 자체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지금 회사는 태왕이앤씨과 협의해가지고 처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지방 중심 분양 사업, 부메랑 위기…지분 투자 사업도 신통치 않아

한국토지신탁은 ‘코아루’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통해 분양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만 하면 청약 미달이라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분양한 전곡 코아루 더클래스는 1순위 청약에서 단 한명도 접수되지 않아 망신을 샀다. 분양 당시 일부 가구는 3.3㎡ 700만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내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도 해당 주상복합의 미분양 물량(잔여세대)가 남아있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포천시 신읍에서 선보인 '포천 코아루 더 스카이' 1·2단지가 1·2순위 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자가 한명도 없었다. 당시 포천 코아루 더 스카이 분양가는 3.3㎡당 700만원으로 고분양가, 혹은 배짱분양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최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냉랭해지면서 미분양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의 미분양관리지역 내 사업장은 108개로 전체 차입형 사업장의 32.1%로 집계됐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의존하는 한토신으로서는 리스크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실적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이후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며 지방 위주로 분양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차입형 개발신탁 상품이 분양경기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과 회사의 사업 포토폴리오를 감안하면 실적 변동성을 증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토신 관계자는 “현재 준공된 아파트 물량의 경우에는 부동산시장이 활성화 됐을 당시에 분양했던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 경우 청약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분양물량을 채워나간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토지신탁이 지분투자(5.01%)한 부동산 사업 ‘홍대입구동교동프로젝트금융투자’도 2016년 이후 손실을 이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말 55억8896만원의 당기순손실, 지난해 약 17억8481만원의 손실을 냈다. 

실적과 별개로 주가는 3년 새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토신의 주가(7월 3일 기준)는 2595원으로 3년 전(3900원) 대비 33.46% 하락했다. 이에반해 차정훈 회장의 지난해 급여는 13억7500만원으로 전년(9억5100만원) 대비 44.58% 증가했다.

한편 한국토지신탁 주주현황은 엠케이인베스트먼트 24.25%, 엠케이전자 9.82% 등이 경영권을 위한 지분을 갖고 있다. 엠케이인베스트먼트는 엠케이전자 100% 지분을 갖고 있고, 엠케이전자의 주요 주주는 오션비홀딩스(24.08%), 차정훈 회장(5.09%), (주)신성건설(5.74%)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KB자산운용(15.53%),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7.30%), 국민연금공단(6.19%), 신영자산운용(6.04%) 등이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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