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명과암]② 일부 업계 ‘속앓이’…모호한 가이드라인에 “삼성은 어떻대?”

[주52시간 명과암]② 일부 업계 ‘속앓이’…모호한 가이드라인에 “삼성은 어떻대?”

기사승인 2018-07-09 05:00:00

지난 1일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를 놓고 일부 업계가 속앓이하고 있다. 모호한 가이드라인에 타 기업의 행보를 살피는 ‘눈치 게임’도 빈번하다. 자본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도 많다.

통상적으로 제조업계의 경우 ‘에어컨 특수’ 등 업무가 몰리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은 ‘탄력 근로제’를 적용해 공장 제조 라인을 운영한다. 가장 바쁜 시기에 탄력 근로제를 이용해 정규직 직원을 일하게 하고, 추가 잔업은 용역을 고용해 해결하는 식이다.

문제는 대기업의 하청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제품 공정의 전 과정을 도맡지 않는다. 하청업체로부터 각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식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약 절반이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한다. 50~29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2020년이 되면 중소기업도 주52시간 내에 대기업에 공급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열악한 경영 환경 등으로 신규 채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2020년이 되면 부품 주문량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큰 것은 이동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이통사 직영 대리점 및 자회사는 현재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이를 위해 2교대 및 3교대를 도입하고 추가 인력 고용도 진행할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는 추가 인력 채용 대상이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중소대리점 직원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팀장은 “대기업 대리점과 중소대리점 중 구직자가 더 선호할 곳은 안 봐도 뻔하다”며 “중소대리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화학업계는 대정비·보수작업 시기와 방법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3년 주기로 실시하는 대규모 정기보수 소요시간은 주 80시간이다. 이에 2조 2교대, 한 주당 최대 84시간 근무해 일이 마무리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될 경우 대보수는 불가능해진다. 특히 작업의 특성상 24시간 작업이 멈추면 안 되며 전문 인력이 제한돼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 팀장은 “적어도 6개월은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업계의 경우 탄력 근무제를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라며 “현재 시행 중인 주52시간 근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탄력 근로 시간제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혼란을 유발한다고 꼬집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회식은 구성원의 사기 진작과 친목을 위한 것이라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용자가 강요해 회식에 참석해도 근로 계약상 노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타 업체 사람들과 만남 등이 잦은 부서의 경우 업체미팅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치 김영란법이 시행됐을 때가 떠오른다”며 “가이드라인이 정확하지 않아 직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삼성전자는 어떻게 한 대’라고 묻곤 한다.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으니 당분간은 최대한 (외부 일정을) 자중하자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훈, 이승희, 임중권 기자 hoon@kukinews.com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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