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추신수 얘기다.
추신수(36)는 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후 극적인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며 47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나갔다. 텍사스 구단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썼다.
더불어 겹경사도 맞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아메리칸 리그 외야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추신수는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데뷔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다.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와 김병헌에 이어 3번째, 야수로서는 한국 최초다.
올 시즌 추신수의 반등을 예상하고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3시즌이 끝난 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00 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인 지난해를 제외하곤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몸값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팀에서의 입지는 줄어갔고 지명타자로 출전하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베니스터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추신수는 오프시즌 변화를 선택했다. LA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의 타격 폼 변화를 이끈 덕 래타 타격코치에게 직접 찾아가 레그킥(다리를 드는 타격 폼)을 장착했다.
추신수는 데뷔 이후 지금껏 다리를 들지 않는 타격폼으로 타석에 섰다. 베테랑이, 그것도 하루 아침에 타격폼을 바꾸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추신수는 매일 새벽 훈련장으로 나와 타격폼에 익숙해지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예상했던 대로 고난은 있었다. 4월까지 치른 29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727에 그치며 고민을 안겼다. 모두들 추신수가 레그킥을 포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는 묵묵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텍사스 저스틴 마쇼어 코치의 조언까지 받아들인 추신수는 초반과는 다르게 가볍게 다리를 드는 레그킥으로 해답을 찾았다. 그리고 5월 타율 2할9푼 OPS 0.868로 상승세를 탔고 9일 현재는 타율 2할9푼3리 17홈런 42타점 OPS 0.903의 무시무시한 타자로 변모했다. 바닥을 쳤던 가치도 다시금 올라가 트레이드설까지 솔솔 흘러나온다.
추신수의 잔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건, 그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秋신수’라 불릴 정도로 가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2013년 신시내티 시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안타 생산성, 장타율 부문에선 신시내티 시절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끝없는 노력이 지금의 추신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