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투수 잔혹사에 시달렸다. 지난해만 해도 비싼 몸값에 영입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부상 등으로 흔들리며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현재 리그 2위에 올라있는 한화지만 시즌 초 목표는 리빌딩이었다. 외국인 투수 영입도 그에 맞춰 진행됐다. 샘슨은 메이저리그에서 2시즌을 뛰었을 뿐, 경력이 화려하지 않았다. 몸값도 총액 70만 달러에 불과했다. 우려대로 시즌 첫 3경기에서 제구 난조 속에 무너졌다.
하지만 4월초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디딤발을 놓는 위치를 바꾸면서 다른 투수가 됐다. 제구력이 안정되자 변화구도 통했다. 이전과 다른 한화 수비도 그의 호투를 도왔다.
결과적으로 샘슨은 전반기까지 20경기 115이닝을 던지며 10승6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 중이다. 한화의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0승을 올린 4번째 투수다. 10승 달성시기가 7월인 것은 샘슨이 유일하다. 활약을 이어간다면 16승 179이닝 222탈삼진 페이스다.
그러나 잘 나가는 샘슨의 활약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주로 불펜 투수로 뛴 샘슨의 이력이다. 샘슨이 80이닝 이상을 던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KBO리그를 밟은 많은 불펜 출신 투수들이 시즌 중간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NC 다이노스의 경우 불펜 출신 왕웨이중이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로테이션을 자주 비웠다. 지난 시즌에도 불펜 출신 제프 맨쉽의 부상으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다. 짧은 이닝을 소화했던 샘슨 역시 이러한 우려를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샘슨은 여유를 보였다. 오히려 “후반기에 강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샘슨은 17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후 아내의 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짧은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샘슨이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