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대대표의 사망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잇는 가운데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의당은 23일 이정미 의원 등 대표단 긴급회의를 통해 이날 오전 투신한 노회찬 의원의 장례 일정을 확정했다.
고인의 장례 형식은 정의당장으로, 기간은 5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발인은 27일 금요일요로 정해졌다. 상임장례위원장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맡기로 했다. 장지 등을 비롯해 구체적 장례절차는 24일 오전 중 발표한다. 또한 각 시도당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의당읜 노회찬 의원의 유서를 일부 공개했다.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라고 적었다.
이어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원에게 당부했다.
그를 아낀 지지자와 국민들에게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고 했다.
정의당은 장례일정과 함께 노회찬 의원의 유서를 공개하면서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질타했다.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포털 댓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드루킹’ 김아무개씨 측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노 의원을 연결고리로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또한 “진보정치의 상징, 故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빈다”면서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였다. 노회찬 의원은 척박했던 90년대 초부터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이었고,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의원이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들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것”면서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유가족에게도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날만큼은 당쟁을 떠나 노회찬 의원을 애도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확고한 정치철학과 소신으로 진보정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던 고 노회찬 의원의 충격적인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고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고 노회찬 의원께서는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여주셨고, 정치개혁에도 앞장서 오셨다”면서 “촌철살인의 말씀으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은 한국정치의 비극”라고 밝혔다.
이어 “현실에서의 고뇌는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길 바란다”면서 “고인께서 못다이루신 정치발전에 대한 신념은 여야 정당이 그 뜻을 이어 함께 발전시켜 가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진보정치의 큰 별, 故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큰 별이 졌다”면서 “노회찬 의원은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의 강고한 벽에 온몸을 던져 항거했던 대한민국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 증인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신과 초심을 잃지 않고,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를 비판하였다. 또한 서민과 함께 가는 정치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과 관련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라면서 “고인이 겪었을 심적인 고통을 생각하니 뭐라고 할 말을 못찾겠다”고 밝혔다. “진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여야를 떠난 애도 물결에 특검도 당황해 하는 눈치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노회찬 대표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어 “노 원내대표에 대한 명복을 가슴 깊이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적당한지는 모르겠으나 유가족에게 드리는 인사라고 생각하시고 받아들여 주면 고맙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드루킹 측이 금전을 매개로 고인에게 대가를 요구한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면서 “금품을 전달한 드루킹 측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정치인들의 연루 여부에 대한 수사를 흔들림 없이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허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씨 등의 여론조작 의혹과 정치권 뇌물수수 등을 파헤쳐왔다. 특검은 노회찬 의원이 지난 2016년 3월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노회찬 의원은 유서에서 밝힌 것처럼 드루킹 측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노 의원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예정입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