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극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친절한 쿡기자] ‘극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기사승인 2018-07-27 00:28:00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1977년 당시 민문기 대법원 판사의 소수의견을 소개할까 합니다. 살짝 손을 보면 소수의견은 이렇습니다. “한 마리의 제비가 온다고 당장 봄이 오진 않는다. 그러나 한 마리 제비가 전한 봄으로 결국 봄은 오고야 만다.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늘 쿡기자가 여러분께 전해드릴 이야기는 소수의견이라고 하기에도 그 목소리가 미약한 소수의견에 대한 것입니다. 극소수의견을 전하는 이들은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 이하 EB) 환자와 그 가족들입니다.

EB5만 명 중 1명이 걸린다는 희귀난치성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7000명당 1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미국은 2만 명당 1명의 유병율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환자는 단순형 92, 이영양형 약 92, 경계형 약 7명 등 약 250명으로 추정됩니다만, 경증 환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1000여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백하자면,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의 기사를 쓰면서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관련 자료나 환우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 비단 쿡기자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고민도 됐습니다. ‘환우의 모습을 기사에 드러내는 게 혹시 모를 편견이나 곡해를 불러오지 않을까’, ‘환자의 고통에 집중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등등. 기사를 쓸 때나 쓰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굉장히 다양하죠. 환자들 중에는 희귀질환자들이 있고, 또다시 그 중에는 유전성 희귀질환, EB와 같은 환자들이 있죠. EB 환우들의 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 중에서도 소수고, 우리나라 전체 중증 질환자 중에서도 극히 소수의 환자들입니다.

이 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나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점. 치료비 때문에 가정 경제의 파탄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과 죽을 때까지 병마에 시달려야 한다는 공포.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들, 그래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현실 등.

기시감이 듭니다. EB 뿐만 아니라, 만성통증 환자를 포함해 다른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희귀난치성 환자들을 취재하다보면 살려 달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저는 이분들을 살려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 대답은 사실 일개 인터넷신문이 아닌, 보건당국이 해야 합니다.

물론 압니다. 형평성과 보편타당성 등을 고려하면 보건당국의 입장은 고민스러우리란 것 말이죠.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 특히 보건의료 정책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현재보다는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방안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예산이 많이 드는 것과 덜 드는 것 등 많겠죠.

그러나 핵심은 의지와 속도일 겁니다. 장애 등급 조정을 고려한다거나 진지한 논의를 한다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걸 쿡기자도, 환자들도, 그리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님들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보건당국은 더 이상 논의 중이라는 말로 부서와 부서를 빙빙 돌리면서 환자들을 지치게 하지 말고 EB 환자를 포함해 희귀성난치질환자들의 극소수의견에 답해야 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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