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무슨 성범죄의 왕국이냐!"

"지하철이 무슨 성범죄의 왕국이냐!"

지하철역 성범죄 5년간 곱절로 늘어

기사승인 2018-08-01 00:28:00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2003)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은 서태윤(김상경 분)과의 첫 만남에서 서 형사를 성폭행범으로 오해해 이단 옆차기를 날리고 만다. 박 형사가 몸을 날리며 걸쭉하게 내뱉는 외마디가 걸작이다. “에잇 씨X, 여기가 무슨 강간의 왕국이냐!”

영화가 개봉한지 15년도 더 지났지만, 박 형사의 섬뜩하고도 뼈아픈 일갈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성범죄의 방식은 더 지능화됐고, 대담해졌다. 만약 영화가 올해 개봉했다면 대사는 이렇게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이 무슨 성범죄의 왕국이냐.

지난 5년 동안 지하철 성범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1038건이던 지하철 성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 2171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지하철역내에서 발생한 살인·강도·절도·성범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중 성범죄는 자그마치 55%의 비중을 보였다. 지하철은 정말로 성범죄의 왕국이 된 셈이다.

대학생 이미정씨(가명·23)의 말을 들어보자.

지하철에서 느낌이 이상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내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있었다. 무섭고 놀랐지만, 증거를 남기려고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찍었다.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몰카범은 이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곧장 연행됐다.

그렇다면 성범죄가 가장 빈번한 지하철역은 어디일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터미널역이 231건으로 성범죄 발생률이 제일 높았다. 지하철 성범죄 10건 중 1건은 고속터미널역에서 발생했으며, 범죄 증가율도 전년대비 7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신도림역 115홍대입구역 98여의도역 83건 순이었다. 이러한 성범죄가 빈번한 10개 역은 전체 성범죄 발생의 40%를 차지했다.

이렇듯 빈번한 지하철 성범죄 실태에 대해 김한정 의원은 지하철 성범죄 검거율은 91.6%로 전체 범죄 검거율 72%보다 높게 나타났다면서도 성범죄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특정역에서 집중되는 만큼 이들 역사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경고문구 부착 등 사전에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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