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이 말이 아니다.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장담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31일 현재 KIA 타이거즈는 44승53패로 리그 7위다. 8위 롯데 자이언츠에 0.5 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5위 삼성과는 2.5 경기차로 벌어져 있다.
KIA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양현종과 재계약을 맺는 등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KIA가 올해도 강세를 이어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젠 리그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좀처럼 반등 기미를 찾을 수 없다. 와일드카드를 놓고 중위권 싸움이 한창이지만 지난주 6경기에서 고작 1승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투타가 모두 무너졌단 평가가 나온다. KIA의 올해 팀 평균자책점은 6.45로 공동 7위고 팀 타율은 2할4푼9리로 리그 9위다. 그렇다고 클러치 능력과 뒷심 등 지표를 뛰어넘는 요소 역시 최근 KIA의 경기에선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KIA는 타격 지표 등이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타선의 응집력과 집중력으로 이를 극복해내 생산성을 높인 바 있다.
지난해부터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뒷문 불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팀을 지탱했던 선발진이 붕괴된 것은 치명타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5.46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4.31로 리그에서 2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양현종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뤘던 헥터 노에시의 부진이 뼈아프다. 올 시즌 20경기에 나와 8승 7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허리 통증까지 겹쳐 최근엔 전력을 이탈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팻딘 역시 4승6패 평균자책점 5.85로 부진하다. KIA 벤치는 팻딘의 폼이 올라오지 않자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영건 임기영도 부상 등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타선은 동반 부진에 빠졌다. 안치홍만 3할6푼7리로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타격왕에 오른 김선빈은 타율 2할8푼에 그치고 있고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 역시 전반기 부상 등으로 인해 KIA의 반등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4번 타자 최형우도 장타율이 줄어들면서 타점을 쓸어 담는 모습이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전과 백업의 지나칠 정도로 확연한 구분, 요행을 바라는 작전 등은 김 감독을 비판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KIA는 2009년 통합우승을 달성한 이듬해 리그 5위로 추락했다. 당시엔 와일드카드 제도가 없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IA가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지 못한다면 올해도 우승 후 가을야구 실패의 잔혹사가 되풀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