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뭐길래...색깔론 등 각양각색 반응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뭐길래...색깔론 등 각양각색 반응

기사승인 2018-08-01 01:00:00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강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결정한 것을 두고 업계는 각양각색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향상, 지속 가능한 기업과 국민경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관투자가의 역할 규범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기금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제고 및 주주가치 향상 등을 위해 영국에서 지난 2010년 첫 도입됐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 1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기업에 대한 제한적 경영참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정부 입김을 벗어난 독립된 결정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경영권 행사 가능성에 재계 반발

정부가 이달 30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재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이 통과되자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된다”며 “향후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기적 성향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M&A(인수합병) 사모펀드의 입김이 기존 보다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소버린의 SK텔레콤 지분 인수 사태, 칼 아이컨의 KT&G의 지분 일부 인수 후 경영 개입과 시세차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채택된 2014년 이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팀에 따르면  헤지펀드 ‘써드 포인트’는 글로벌 로봇 제조사 화낙에 대해 주가 하락의 이유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재계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참가’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사례처럼 기금수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타 주주의 주주제안 및 기업에서 상정하는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행사와 연계, 의결권행사 사전공시하기로 했다.

◇ 자산운용사 등 증권업계 환영…국민연금 운영 독립성 여부 관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주주들의 권리 행사 및 재벌 견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한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만으로도 상징성이 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인 뒤떨어진 기업지배구조와 낮은 배당 성향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투증권 리서치센터팀도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으로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가시화된다면,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증시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일본 아베 정부는 기업 전반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및 경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배당 지표인 니케이 지수는 2년 만에 23.6% 상승했고 기업 배당 증가에 기여했다”라고 설명했다.

A자산운용자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일반적인 운용사의 개입과는 표면적으로 다르다”라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에 보유한 지분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같은 큰손이 주주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면 타 자산운용사들도 국민연금의 입김을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운영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사실상 정부 기관이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성과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ISS 등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도 합병을 찬성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1대 주주였다. 이후 내부 감사를 통해 검토한 결과 국민연금 내부에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근거 보고서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서 관건은 국민연금이 얼마만큼 독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의사결정 기구를 국민연금 외부로 돌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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