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코호트②] “한국은 살만한 곳? 아이들 인생에 답 있어”

[출생코호트②] “한국은 살만한 곳? 아이들 인생에 답 있어”

성조숙증, ADHD 등에 주목...'세월' 뒤쫓는 연구, 갈 길이 구만리

기사승인 2018-08-04 01:00:00

살인적인 더위와 추위를 오가는 기후변화와 나날이 심해지는 대기오염.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 생리대, 라돈사태 등 끊이지 않는 환경 이슈, 그리고 한국 고유의 생활방식까지. 수많은 환경문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한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 비밀을 풀기위해 2015~2019년생 아이들 7만여명을 2036년까지 최대 20여년간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됐다.

◇한국 특성에 따른 환경문제 밝혀...성조숙증, ADHD 등에 주목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사회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들이 분명 있죠. 한국의 환경유해인자를 찾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은희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질병의 원인이 환경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많은 환경 이슈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는데 그쳤지만, '어린이환경보건출생코호트' 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자폐증이나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불과 10~30년 사이에 나타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것을 포함한 환경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성조숙증, ADHD, 사회성 및 정서발달 문제 등이 어떤 환경 요인으로 비롯된 것인지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의 실내거주환경, 개인위생용품, 일상용품 등 환경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산모의 혈액과 소변을 검사해 환경오염물질의 농도도 측정한다.

하 교수는 “산모들의 출산이 모두 완료되는 2019년 이후에 임신 시기의 환경물질 노출이 출생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며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 시 조심해야할 유해환경요인, 보호요인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 뒤쫓는 연구, 갈 길이 구만리  

한국은 살만한 환경일까. 해답은 아이들의 삶에 달려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사용하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등이 관찰 대상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추적하는 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시작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소아과, 산부인과, 예방의학과 전문의와 연구원, 유능한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대규모 인원을 추적하기 위한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막대하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쉽다.

그러나 하 교수는 “지금 시대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출산 추세로 출생아 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경우 연구의 질이나 범위가 한정되기 때문. 그는 “질병마다 연구에 필요한 규모가 정해져 있다”며 “7만 명은 조산, 유산, 대사증후군, ADHD, 아토피 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43만 8000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 6000명, 2017년에는 35만 7000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간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어머니와 아이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하 교수는 “어머니들의 공헌이 크다. 우리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귀중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추적이 다 끝날 때까지 참여해주셔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든 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되고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다. 환경요인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설계한 하 교수는 10년 뒤 정년을 맞는다. 그는 “저는 이 연구를 끝까지 할 수 없다. 환경보건연구에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뒤이어 주길 바란다”며 “영국처럼 70년간 지속하는 것이 우리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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