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 편하게 먹자 vs 안전하게 먹자

상비약, 편하게 먹자 vs 안전하게 먹자

기사승인 2018-08-07 15:32:52

15개월여를 끌어온 편의점 판매약 품목조정 논의가 내일(8) 마무리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논의가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일단 회의를 종결짓겠다는 입장이다. 그 방식은 품목조정 논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표결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편의점 등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의 부작용이나 안전성 등 편의성 대비 효과성 등에서 명확히 밝혀지거나 검증된 바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품목확대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위원회 논의과정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등으로 볼 때, 미국 등 선진사회에서 이미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고, 소비자 설문조사 등의 결과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국민의 편의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약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해 폭염 속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으며 편의점 등에서의 의약품 구매 후 복용시 오남용 및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극명히 갈렸다.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속 신현호 변호사는 더 많은 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판매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전국약사연합 김대원 회장은 국가차원의 제도적, 경제적 지원을 통한 의약품 접근성 불편을 해소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신 변호사의 논지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 등지의 대형마트 등에서 이미 수십년간 수백, 수천 종의 약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가능한 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인정될 만한 의약품을 구분해 국민 편의를 위해 보다 다양하게 판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가 주장해온 부작용 관리문제에 대해서도 만약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약사가 팔아야 된다는 논리는 확대한다면 모든 약은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약사는 처방전에 의해 조제하고 복약지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며 국민의 불이익보다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제도가 도입된 만큼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베아제와 훼스탈을 빼고 제산제인 겔포스와 지사제인 스멕타를 넣는 방식으로 지정심위에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22 교체(스위치)에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베아제와 훼스탈을 제외해야할 의학적 근거가 없이 적당주의로 차협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항히스타민제와 알레르기제, 화상연고와 인공눈물 등도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약사들을 대표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김 회장은 모든 의약품은 안전하지 않다고 못 박으며 의약품을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고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안전하고 올바른 의약품 복용을 위한 거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환자의 상태를 판매자가 확인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사람이 타이레놀을 달라고 하면 약사는 술을 마셨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물어보거나 확인을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약국 기능 중 상당히 중요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편의성을 위해 약리작용이나 생체 내 동태에 대한 지식이 없는 무자격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품과 구분해 정말로 안전하다라고 한다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미국 등 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해 30분씩 차를 타고 가야하는 나라의 특성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국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첨언했다.

22 교체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편의점에서의 의약품 판매가 아니라 의원과 약국이 연계해 취약시간대 의료 및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판매 가능한 약을 2~3개 확대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한편, 신 변호사는 약사회가 대안이라고 내놓은 심야공공약국의 경우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게다가 약국 당 45000원의 시급을 책정해 지원하는 것은 비용편익적 측면에서 세금 낭비이며 편의점과 비교해 접근성도 떨어지는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내놨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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