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암흑 터널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계에 부는 투자 확대·고용 창출 바람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18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 증대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삼성중공업은 빠져있다. 조선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투자는 커녕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인력마저 축소하는 실정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핵심 사업과 신사업에 22조원을 투자한다. 또 앞으로 5년간 3만5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 한화그룹의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가 3000~4000명임을 감안할 때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한화그룹 뿐만 아니라 최근 삼성 등 대기업들도 향후 유망한 사업에 잇단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8일 향후 3년간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 직접 채용 4만명 등 70만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를 유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는 25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이라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이 기업들은 미래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투자는 커녕 오히려 인력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한 후 삼성중공업 등 투자 계획에서 소외된 비주력 계열사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AI와 5G 이동통신, 바이오, 차량용 전장부품을 그룹의 4대 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하고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절벽’으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인력마저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에 무급 순환휴직 시행을 제안했다. 현대중공업도 이달부터 해양플랜트사업본부 2000여명에 대한 무급 휴직을 추진한다. 두 회사 모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하는 것으로 그 만큼 업황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중공업 등에 대해서는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황이 워낙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