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블룸버그 통신이 인용한 일본거래소그룹의 통계를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3조9000억엔(38조9000억원) 상당의 일본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3주일간의 순매도액만도 4470억엔에 달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전체의 순매도액은 외국인 거래 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2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증시를 외면하는 것은 무역전쟁에 따른 여파 및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시황이 부진해서다.
도쿄 증시의 벤치마크인 토픽스 지수는 올해 들어 5% 가까이 하락해 선진국 증시 중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닛코자산운용의 존 베일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미국 투자자들이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본국 시장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영국 민트 파트너스의 마틴 말론 전략가를 포함한 몇몇 분석가들은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이 일본증시에서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말론 전략가는 “외국인투자자들은 2015∼2018년의 엄청난 수익을 놓치고 말았다”며 “이들이 200억∼300억달러를 매수한다면 닛케이 지수는 날아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2012년부터 토픽스 지수가 2배 이상 오르는 상승장에서 제대로 이익을 챙기지 못했다. 2013∼2014년 기간에는 강력한 순매수 세력이었지만 2015년과 2016년 두 해 동안에는 순매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 그룹의 일본 주식 담당 수석 전략가인 케이시 마쓰이는 중국과 신흥시장의 불확실한 전망, 무역전쟁, 일본 경제 통계의 엇갈린 신호, 실적 호조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 등이 외국인투자자를 떠나게 만든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머지않아 일본증시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큰 데다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낙관론의 근거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