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26개 의학회에 1억 원씩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19일 오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일부 외과 학회를 제외하고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의학회에서는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마련하는데 일단 1억이면 된다고 한다. 26개 학회이니 26억 정도다. 배울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라며 “개발과정이 하루빨리 속도가 붙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 교육과정과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전공의 교육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016년말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주80시간으로 제한된 이후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교육과정 개선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나온다. 짧아진 근무시간 안에 의사로서 갖춰야할 역량도 길러야 하는데 기존의 교육과정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어떤 교육을 어떻게, 얼마나 받아야하는지 명시되지 않아 수련병원에서 학습은커녕 일만 하다가 전공의 과정을 마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무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련과 무관한 업무비중이 16.6%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진 수련과정(60.2%)과 직접 시술 또는 수술기회부족(40.3%) 등도 문제로 꼽혔다.
전공의들의 수련과정개발에 대한 국가 지원 요구에 의료계도 공감했다. 김홍주 대한병원협회 병원평가위원장은 “현재 전문과목별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대부분이 진료량에 대한 내용으로만 이뤄져있다. 어떤 역량을 갖춰야하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도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처럼 한국형 역량중심의 시스템을 개발해서 제한된 시간 안에 효과적인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 대한의사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전공의의 역량중심 수련과 평가로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할 것이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 지원”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의료는 공공재다. 일본, 영국, 캐나다, 미국 등도 정부에 의한 전공의 교육 지원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료계 인사들은 외과 학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과의 연차별 수련교육과정이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이길연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위원회 위원은 “연차별 수련교육은 4~5년 전부터 역량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지식의 습득만을 목표로 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지식과 술기, 시험 등을 추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학회마다 수준의 차이가 있어서 전공의 입장에서 만족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현재 연차별 수련교육과정과 관련해서 외과학회는 선도적으로 잘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다른 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교과과정을 나열하고, 일정수준의 경험만 쌓이면 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기본적으로 26개 전문의학회의 교육과정을 외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삼고 있다. (교육과정 마련에)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면 관련 예산을 확충해서 연구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도록 도울 생각이다.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고 학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