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기업에 벌점을 부과해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옥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초과했지만, 입찰 참여 제한을 받은 기업은 단지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기업이 첫 벌점을 받은 후 3년 내 5점을 넘으면 공공입찰에서 퇴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벌점 관리와 징계 처분이 제각각으로 드러나 오히려 또다른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일중공업은 벌점이 무려 19.25점이나 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한화S&C 9.75점, SPP조선 9.5점, 화산건설 9.25점 등도 기준보다 2배 가까운 벌점을 받았지만 공정위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후에야 포스코ICT 7.5점과 강림인슈 6점에 이어 지난 8월에는 벌점 7점이 쌓였다는 이유로 건설업체 동일에 대해서민 각각 입찰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포스코ICT와 강림인슈의 벌점 부과 일자는 작년 1월~4월이다. 그러나 동일의 벌점 부과 일자는 2014년∼2016년으로 2~3년 전의 벌점 초과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기업 계열사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있다. 건설업체 동일에게 적용한 기준에 의하면 SK그룹 계열사 SK C&C 또한 입찰 참여 제한을 받아야했지만 공정위는 침묵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의 제재 기준이 규정이나 지침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진다면 공정위 출신의 전관을 통한 로비를 시도하는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제재 결과에 대해서도 기업이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하지 않은 기준은 더욱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기에 공정위 벌점 부과 체계 및 관리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