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ASD)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법이 없어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고통받고 있다. 특히 성인기에 장애가 발견되는 경우도 늘면서 개인 특성에 맞춘 진단 및 치료법이 필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해 전 생애에 걸친 장기간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지원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행정관 3층에서 열린 ‘2018 자폐스펙트럼 심포지엄’에서는 ASD 진단 및 치료법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자폐증(autism)은 자기 자신에 비정상적으로 몰입한 상태로 사회 기술, 언어, 의사 소통 발달 등에 있어서 지연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인다. 2014년 기준 미국에서 자폐 판정을 받은 아동 수는 45명당 1명꼴인 2.24%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2.64%가 장애를 앓고 있다.
이날 행사 기획과 진행을 맡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에 따르면 발달장애가 드러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또 50%는 정상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20%는 경계성 지능, 30%는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연령에 따라 고위험 징후가 다르다.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환자 50~70%는 뇌전증이나 운동기능 이상, 배설기능 문제, 대사증후군 등을 동반한다. 게다가 이는 모든 생애주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인과 노인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중년기 이후의 변화, 노화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성인기에는 삶의 질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앤소니 베일리(Anthony Baily)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 교수에 따르면 성인 ASD 환자 85%는 전일제로 일을 하지 못하고, 45%는 실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ASD 환자의 취업률은 제자리였고, 대학 진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일리 교수는 “ASD는 일생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ASD를 가진 사람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성인이다”라며 “그러나 성인들을 위한 연구기금은 영국 7%, 미국 8% 정도다. 약물이 모든 것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 환경, 직업에 대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베일리 교수는 ▲사람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소통과 사회적 행동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실행능력의 어려움을 돕는 방법을, ▲환경에 대해서는 감각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조용한 장소를 이용할 수 있게끔, ▲직업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주고 시기적절하게 책임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희정 교수는 “다양한 영역의 치료가 개발됐지만 누구에게나 효과적인 단일 치료는 없다”며 “개인의 특징과 강점, 약점에 따라 개별적으로 계획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일생에 걸친 치료계획은 환자의 독립적인 삶,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 사회적 비용 최소화 등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까지 언어와 의사소통, 사회성 기술 등의 핵심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고, 장애 정도에 따른 차이, 장기간 개입 등의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공적 등록 시스템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그것을 통해 실제 활용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와 레지스트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영유아기부터 성인기 이후까지 장기간에 걸친 전향적 추적·관리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적 소회, 성인기 전환, 경제활동 참여의 양과 질, 고용 유지에 대해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