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삼키기 어려워 '밥' 못 먹는 노인 늘고 있다

씹고, 삼키기 어려워 '밥' 못 먹는 노인 늘고 있다

고령자 맞춤형 식품 및 급식서비스 제공해야

기사승인 2018-10-30 04:00:00

고령자의 연령 및 독거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인도 늘고 있다. 영양 불균형이 계속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노인 대부분이 씹기, 삼키기, 소화기능 등 섭식 장애로 인해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프고 병든 고령자 또는 건강하고 경제력 있는 고령자 등 특징에 따라 맞춤형 식품과 급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 실린 ‘고령자 맞춤형 식품 및 급식서비스 관리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고령자의 연령 증가와 함께 영양 섭취 부족자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고,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는 19.4%가 저작 불편을 호소하고 영양 섭취 부족자 비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령자 또는 고령 질환자의 섭식 장애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능 장애로 식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해 영양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섭식장애를 예방하거나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섭식장애 수준에 따라 적절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령자에게 적합한 식품이 제조돼 유통될 수 있도록 고령친화식품의 기준 및 규격 신설을 행정예고했는데, 이제까지 고령자용 식품산업의 범위는 건강기능식품, 연하곤란 환자용 점도증진식품과 일부 일반 식품으로 국한돼 왔으나, 앞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령친화식품 제조·가공 기준과 위생지표에 적합한 모든 식품이 고령친화식품으로 표시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 맞춤형 식품 관련 법과 제도는 아직 시작점에 서 있다. 김정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선 현재 ‘식품위생법’에서는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으로 ‘연하곤란 환자들을 위한 점도증진식품’ 등의 경구 또는 경관급식용 식품만 관리하고 있어 씹는 것이 어려운 섭식장애가 있는 일반 고령자용 식품에 대한 관리 기준은 없다. 또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의 범위는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된 식품으로 정해져 있어, 건강기능식품은 고령자에게 맛과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일반 식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는 장기요양급여 지원 대상에서 ‘식사 재료비’가 제외돼 비급여 대상으로 정해져 있는데,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중 저소득층이나 의료급여 수급 노인들에게는 비급여인 식사 재료비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영양 공급 차원의 경제적 지원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고령친화식품의 범위를 맛과 영양, 물성, 소화편이성 등 고령자의 요구가 반영된 다양한 식품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가정간편식(HMR) 개발 지원, 고령자에게 적합한 단체급식용 반가공품 개발 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울러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식품산업진흥법 등 관련 법을 고령친화식품 시장의 요구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급식을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 중 영양사, 조리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급식의 영양 및 위생관리에 대한 사각지대 위험 또한 매우 높은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노인복지시설은 7만 6371개, 입소 정원은 21만 9476명으로 시설 수와 입소 정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노인복지시설의 시설별 인원은 100명 미만이 전체의 97%, 50명 미만이 83%인데, 급식을 제공하는 노인복지시설 중 인원이 50명 미만인 곳은 약 79%로 사실상 소규모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내부 조사 결과, 영양사가 배치된 시설은 전체의 56.4%, 조리사만 배치된 시설이 29.9%, 영양사와 조리사가 모두 없는 시설이 13.7%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시설 기준 및 직원 배치 기준에서도 입소자 30인 이상의 양로시설에 대해서만 영양사 1명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노인 공동생활가정이나 노인복지주택에 대해서는 영양사 배치에 관한 규정이 없다.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도 영양사 배치 규정이 없다”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영양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1회 급식 인원 50명 미만인 집단급식소는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인의 영양관리와 식사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영양사 배치 또는 이를 대체할 지원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독일 연방영양학회는 고령자용 급식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소비자원에서 요양시설에 대한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설의 급식 서비스와 재가노인 배달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인증된 요양시설을 위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시설 홍보와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고령자용 식품산업은 가공식품산업, 급식서비스, 배달서비스로 유형을 나눌 수 있고, 활용 대상은 노인의 자립적 생활 여부로 구분해 특징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보급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자립 생활이 가능한 건강한 노인’은 일반 식품과 함께 건강기능식품, 영양보충식품, 저작 용이식품과 연하용이식품을 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자립 생활은 가능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노인’에게는 도시락이나 식품꾸러미를,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환자용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 재가급여 수급자를 위해서는 도시락 등의 배달서비스를, 시설급여 수급자는 일반 급식이나 해당 시설에 적합하게 생산된 반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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