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려"…5·18 계엄군 성폭행 국가 차원 첫 확인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려"…5·18 계엄군 성폭행 국가 차원 첫 확인

기사승인 2018-10-31 14:53:40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사망한 여성의 유방과 성기가 훼손된 모습, 여고생이 강제로 군용트럭에 태워져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들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운영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에서 한 피해자는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족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스무 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다”라고 말한 피해자도 있었다. 

공동조사단의 접수창구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12건이었다. 조사단은 이 가운데 상담종결된 2건을 제외한 10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7건은 성폭행, 1건은 성추행, 2건은 관련 목격 진술이었다.

피해일은 5·18 초기인 5월19일~21일이 대다수다. 장소는 초기 광주시내(금남로, 장동, 황금동 등)에서 중후반 광주외곽지역(광주교도소 인근, 상무대 인근)으로 변화했다. 조사단은 또한 피해자 진술과 당시 작전상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피해사례는 가해자나 가해자 소속부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에서는 성폭행 12건과 연행·구금 때 성적 가혹행위 등 총 45건의 여성인권침해행위가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보상심의자료 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열람이 제한돼 면담 등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단은 향후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추가 조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명예 회복 및 지원, 가해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조사와 관련해서는 당시 참여 군인의 양심 고백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현장 지휘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소위원회 설치 등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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