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당뇨병은 혈당이 올라가는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당뇨병은 고혈당 이외에도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며, 망막병증, 콩팥병증, 신경병증 등 합병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다행히 오늘날 다양한 약제가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여 처방되고 있고, 합병증 치료기술도 발전해 과거에 비해 무섭지 않은 질환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의하면 2018년 30세 이상 성인 당뇨 환자 중 당화혈색소 기준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한 경우는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이 증가하고 다양한 치료 약제가 개발되었음에도 왜 혈당 조절은 어려운 걸까?
많은 사람들은 당뇨병을 생활습관의 문제로 인식하고, 식사 및 운동요법을 통해 혈당을 조절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적절한 관리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생활습관개선 자체만으로 한계가 있는 경우, 전문 진료를 통해 적합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문제는 이 때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근거가 있는 의학적 치료보다 그렇지 않은 치료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당뇨병에 좋은 건강보조식품이 있을까. 미국 국립보완의학통합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CCIH)는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한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신경병증에 대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알파지방산은 전문의약품으로만 처방받을 수 있으며, 크롬의 경우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통과 콩팥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 복용 효과는 미약하다.
또 한약재, 계피가루(cinnamon), 여주(bitter melon), 호로파씨(fenugreek), 인삼, 밀크씨슬(milk thistle) 및 고구마 등의 당뇨병에 대한 효과는 명백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계피가루는 간독성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 외 마그네슘, 셀레니움, 비타민을 포함한 그 어느 건강보조제에 대해서도 당뇨병 치료에 관한 명백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원종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보조식품의 과량 및 장기적인 복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매우 빈약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미국 식품안전청(FDA)에서는 ‘천연 당뇨병 치료제’나 ‘항당뇨병 약제를 대신할 건강보조제’ 등의 허위광고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 교수는 “당뇨병은 만성질환이지만, 꾸준한 관리와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 등을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질병”이라며 “건강보조제의 이점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부작용에 대한 정보조차 미약하므로 당뇨병이 있는 경우, 의료진과의 전문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