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티켓이 버젓이...온라인 암표 ‘전성시대’

한국시리즈 티켓이 버젓이...온라인 암표 ‘전성시대’

기사승인 2018-11-07 06:00:00

허술한 법망을 비집고 온라인 암표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2시,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외야지정석을 포함한 좌석들이 팔렸다.

그로부터 5분여가 지난 뒤 한 포털 사이트의 중고 거래 카페에 접속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글 수십 개가 잇따라 올라왔다. 

적게는 만원, 많게는 2~3배에 해당하는 웃돈을 얹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미리 가격을 밝히지 않고 기입된 특정 링크로 접속을 유도해 거래를 시도하는 암표상들도 있었다. 

직접 접촉을 시도하니 개인정보를 숨길 수 있는 비밀 메신저방이 생성됐다. 판매자에게 1루 의자지정석 3연석 가격을 묻자 24만원에 판매한다는 답변이 왔다. 의자지정석의 정가는 4만5000원이다. 각 장 당 3만5000원의 웃돈을 얹어 폭리를 취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한 티켓 거래 사이트에선 3루 응원지정석이 장 당 15만원에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3루 응원지정석은 '인터파크' 기준 정가 3만5000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암표 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다 적발된 경우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있지만 온라인 암표 판매는 단속할 법적 근거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 틈에 암표상들은 오프라인 판매를 해오던 기존의 수법에서 탈피해 중고 거래 카페나 티켓 거래 사이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전문 암표상뿐만 아니라 용돈 벌이를 위해 나선 ‘플미꾼(티켓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파는 사람)까지 가세하면서 온라인 암표 판매는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온라인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해 경범죄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안이 수년 전부터 발의됐지만 뚜렷한 진척이 없다. ‘온라인티켓판매법’으로 온라인 암표 거래 방지에 나선 미국과 대조적이다.

KBO 측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KBO 관계자는 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일 답답한 건 우리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암표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어 손 쓸 방도가 없다”며 고심을 털어놨다. 

티켓 취소 규정을 손질해 암표상의 수수료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정말 사정이 생겨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규정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답변했다. 


비단 스포츠 종목만 온라인 암표 거래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열린 HOT 콘서트 암표는 정상가의 10배에 해당되는 150만원에 팔렸고 방탄소년단(BTS) 서울콘서트 암표는 30배 비싼 320만원에 거래됐다. 

김 의원은 지난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국정감사에서 “온·오프라인에서 암표가 횡행한 지 수년째인데 문체부는 법안과 연구용역 핑계를 대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온라인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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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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