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하고 나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호텔 쪽 취업이 막연했는데 이번 박람회에서 실제 면접을 경험하고 나니 제 부족한 점을 잘 알겠더라고요”
앳된 얼굴의 말끔한 정장을 입은 청년 구직자 장모씨가 20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호텔업협회 등이 주관한 ‘2018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해 한 기업의 면접을 치르고 난 뒤 한 말이다.
박람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은 관광업계 취업을 향한 청년 구직자들의 기대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이날 청년 구직자들은 정장을 입고 개막 전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 인재 300명 이상 채용’ 이라는 문구를 내걸자 기대에 부푼 모습이 역력했다. 현재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날 박람회는 호텔, 여행, 리조트, 마이스 등 다양한 분야의 119개 업체가 참여해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구직자의 이력서를 받았다. 구직자들은 박람회가 구인‧구직 연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한다고 평했다.
박람회를 위해 아침 일찍 광주광역시에 올라온 조모씨는 “지망하던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설명과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공채 계획, 인턴 채용 인원 등의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실질적인 채용이 활발히 진행되도록 ‘심층 면접관’을 운영했다. 사전에 구직자의 정보를 받은 기업은 이날 통과자를 대상으로 실제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
한 리조트 업체 인사팀 대리는 “1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현재 6명의 면접을 본 걸로 안다”며 “올해 처음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여러 지원자를 딱딱하지 않은 공간에서 직접 맞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소 여행사 대표는 “지방에서 온 단체 학생들이 많더라, 서울이 아닌 지역 학생에게 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2명을 뽑을 생각인데, 괜찮은 지원자들이 오면 좀 더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은 관광업계 진출을 원하는 구직자로 가득했다. 업체별 부스에는 채용 상담을 원하는 이들로 붐볐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질문 거리를 적은 메모지를 손에 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력서 사진촬영, 메이크업‧이력서 컨설팅 등의 취업 준비 코너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부스 밖으로 줄을 서며 순서를 기다렸다. 구직자들은 무료로 이력서 사진을 준비하고 메이크업 조언을 받을 수 있는데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호텔업계 취직을 준비 중인 강모씨는 “사람이 몰려 불편하긴 했지만, 사설 컨설팅을 받으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상담사 분도 잘 해줘서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호텔에서 원하는 이미지와 면접 정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날 박람회를 찾았다.
점심이 지난 시각, 박람회장은 정장 복장의 취업 준비생부터 학과에서 단체로 온 대학생들,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모습의 예비 관광인들로 북적였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서모양은 비서와 호텔업계 정보를 얻기 위해 학교에서 단체로 박람회에 참가했다. “막연한 취업이 나에게도 시작된다는 것에 긴장이 많이 된다”며 “외국어를 잘 해야 할 것 같고, 상담을 받아보니 곧바로 취업보다 대학 진학도 고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채용관은 호텔, 여행, 마이스, 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의료관광, 리조트, 카지노 등 모든 관광산업을 망라했다. 취업특강관에서는 기업 채용설명회와 취업 특강이 열렸고, 터키 호텔협회의 터키 현지 취업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박람회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일부 참가자 역시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대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는 “면접 보러온 딸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타 취업 박람회에 비해 행사 느낌이 다소 강한 것 같다”며 “채용 기업의 연봉, 근무형태 등 정보를 자세히 공개한 곳이 적은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같이 온 취준생 하모씨는 “관광업계 여러 기업이 참가했다고 해서 왔는데,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특색 있는 조언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토익, 학점, 자격증 등 당연한 스펙적 조언만 이어져 아쉽다”고 토로했다.
승무원 채용을 준비 중인 고모씨는 “올해 항공사 참여도 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항공사 관련 기업은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 한다”며 “인사 담당자도 딱히 인재를 찾겠다는 생각보다 홍보를 하러 나온 느낌이 강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직자의 선호가 적었던 중소업체의 의견도 있었다. 관련 부스를 운영한 박모씨는 “이름 있는 기업에 구직자가 몰리다 보니 네임밸류가 적은 곳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며 “중견 이상 기업은 이날 박람회로 실질적 채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둘러본 결과,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 40개 기업 외에는 구직자의 이력서를 보고 조언에 그치는 정도가 많았다. 이름 있는 기업은 공채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중소업체는 구직자 채용 의사가 강했지만, 지원자의 방문이 많지 않았다. 아울러 일자리보다 홍보에 관심이 많은 기업도 다소 있어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앞으로 주최 측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한편 21일 2018 관관산업 일자리 박람회는 '관광분야 멘토 토크 콘서트’, ‘대학생 관광일자리 창출 아이디어 경연 대회’ 결승전, ‘고등학생 관광통역안내 및 관광 서비스 경연’ 등의 부대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