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내년 한국경제의 3%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한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외국 자금의 이탈 우려는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180%(OECD 기준)를 넘어선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동안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부동산 광풍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0.75%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도 외국 자금의 이탈 우려를 낳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채질 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이자 증가, 소비·경기 둔화 불가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대출 이자의 증가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5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가운데 신용카드 값을 제외한 1400억원의 가계대출 중 70% 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인상을 불러오며, 이는 다시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은행 변동금리 대출은 국내 8개 은행의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를 기준으로 산출되는 코픽스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직후 우리은행은 판매중인 대부분의 예·적금 상품 금리를 0.1%p~0.3%p 인상했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 국민이 부담해야할 은행 이자는 약 2조3000억원 증가한다. 비은행권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 시장까지 고려하면 국민의 이자부담은 더욱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의 늘어난 이자 부담은 소비 축소와 함께 내수 시장 부진으로 연결되며, 이는 결국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 금리 인상에 취약한 이들의 대출 연체 증가도 경기 둔화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올해 6월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급)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85조원1000억원에 달한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여신 부실화가 증가할 경우 금융기관은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시중의 자금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부채질하게 된다.
◇한미 기준금리차 축소에도 증시 불투명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를 촉진하는 반면 외국 자금의 이탈을 부치기던 한미기준 금리차 축소에는 도움이 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2.0~2.25%까지 높이면서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최고 0.75% 높았다.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경우 국내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한미기준 금리차에 따른 외국 자금의 이탈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난 10월 외국인이 5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4조6000억원을 매도한 배경에 한미기준 금리차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 9월과 10월 연속으로 채권 투자 순유출을 기록한 점도 금리차에 원인이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상승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 자금의 이탈 우려가 감소한 만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호재 보다는 악재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상승을 시작으로 한국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경제성장률 3% 달성은 물론 2% 중후반 수성도 어렵다는 우려다.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 상황이 악화된 데 이어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활력까지 감소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 역시 반도체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이러한 우려를 인식한 듯 내년 2% 중후반 경제성장률 달성의 전제조건을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내년에 여러 가지 불확실 요인, 어려운 요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한다면 내년에도 2%대 중후반 성장세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