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0원 저렴한 심전도 검사, 65세 이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하자”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심뇌혈관질환 관리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보영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연세대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 심전도 검사를 65세 이상 국민의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심방의 여러 부위가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통제 없이 수축하는 질환으로 뇌졸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을 5배가량 높이고,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의 경우 일반 뇌졸중보다 사망률이 2배, 후유증은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유병율은 2006년 0.73%에서 2015년 1.53%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기준 전체 의료비에서 심방세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0.8%가량이다. 학회는 2060년이 되면 심방세동 환자가 전체 인구의 5.8%, 2300만 명 정도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심방세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정책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보영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는 “아직까지 국민들은 심방세동이 어떤 병인지 모른다. 학회에서 조사해보니 심방세동을 인지하는 국민이 19%에 그쳤다”며 “심방세동으로 생기는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학회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항응고요법을 사용하면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의 3분의 1 이상을 막을 수 있다. 혹여 뇌졸중이 생기더라도 경미한 수준에서 멈출 정도로 예방효과가 뛰어나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심방세동 환자 중 항응고법 치료를 받는 비율이 27%밖에 안 된다. 국민들이 심방세동이라는 질환 인식이 부족하고, 본인에 위험성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방세동 환자의 3명 중 1명은 증상이 없다. 병인지 알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방세동과 돌연사 위험도를 가려내는 심전도 스크리닝 검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이사는 “대한부정맥학회는 65세 이상 환자에게 맥박수 측정, 심전도 측정 등 스크리닝 검사를 권장한다. 이 검사는 가격도 71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며 “의료진이 아무리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정부가 돕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가 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진을 넣어서 국민들의 건강과 예방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것이 학회의 의견”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9월 ‘제1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계획안에는 예방관리와 함께 가까운 곳에서 적정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급성기 진료 후 후유증·재발 최소화를 목표로 5개 추진전략, 14개 중점과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정책을 평가·보완하고, 향후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65세 이상 인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심뇌혈관질환은 전체 사망원인 1위인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24.3%)을 차지하는 질환이다. 최근 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속도(2010~2014년, 4.3%)에 비해 심뇌혈관 증가속도(8.6%)가 빨라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