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록도병원에 입원 중인 강선봉 씨(만 79세, 남)의 시집 ‘곡산의 솔바람 소리’가 일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小鹿島の松籟(ソロクトのしょうらい)’란 제목으로 지난 11월 출간된 이 시집은 가와구치 사치코(川口祥子)에 의해 번역됐으며, 원작의 구성대로 제5부 67편의 시를 담았다.
작가인 강선봉 씨는 1939년 경남 진주에서 한센인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8세 때인 1946년 모친과 함께 소록도 땅을 밟았다.
그는 1962년 소록도를 탈출할 때까지 어머니와 격리된 채 살았던 보육소 생활, 발병 이후 마을 생활보조원으로 일했던 경험, 소록도 내 한센인 자녀들이 다녔던 소학교 생활, 당시 최고 학부로 여겼던 의학강습소 시절 등 한센인으로서의 삶을 시집에 담았다.
이번 시집의 번역을 맡은 가와구치 사치코는 책을 번역하기 위해 그간 강씨가 써왔던 작품을 정독하고, 지난해에는 소록도를 방문해 소록도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건축물을 직접 보고 작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번역후기를 통해 “지금까지 한센인, 한센병에 대해 무관심한 자신이 부끄럽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강선봉 씨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책을 번역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집 ‘곡산의 솔바람 소리’의 일부 내용이다.
<사람으로>
모두들 나를 사람이 되라고 하네
나는 그렇게 못하는구나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사람이 되라고 하니
어찌 하리요
한센씨 병의 탈을 썼기에
내 모습이 가리어졌네
치료약이 병의 탈을 녹였건만
이제는 병흔이 탈이 되네
그렇게 세월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네.
소록도연륙교
아! 이런 일이……
저 바다에
한센인들 눈물 흐르는 다리가 서 있네.
저 바다를
훌쩍 한걸음에 건널 것 같은
굵고 긴 다리가 서 있네.
저 다리는 억압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굶주림을 벗어나고파 바다에 뛰어든
혼들이 모인 것일 거야.
혼들은
자신을 버린 부모형제와
고향의 흙 냄새가 그리워
저 바다를 몸부림으로 헤엄쳤지
그러다가 저 바다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혼이 되었지.
이제……
그 혼들이 모여
저기 저렇게 육지로 나가는
긴 다리가 되었을 거야.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