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술자리가 많아진다. 음주를 지속하면 지방간 등 간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알코올은 만성 간질환의 원인 중에서 만성 B형 간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음주 초기에는 혈액 검사상 간 수치가 올라가고, 초음파상 지방간이 보이는 수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에 도달했음에도 음주를 지속하게 되면 간의 섬유화를 유발하고 결국 간경변증에 도달할 수 있다. 간경변증은 간암의 잘 알려진 위험요인이다. 또 간 경변까지 진행하지 않더라도 알코올성 간염이나 췌장염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들 질환 역시 치명적이거나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지방간 정도의 이상 소견을 보일 때부터 미리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회 평균 음주량은 7잔 이상(여자 5잔)이었으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율은 13.8%,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소주 7잔 또는 맥주 5캔 이상 음주한 월간 폭음률은 39.3%로 나타났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전적인 요인, 성별, 영양 상태, 동반된 질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안전한 음주를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남성은 하루 4잔, 여자는 2잔 이상의 음주는 간에 부담을 주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한 잔에 들어있는 알코올양은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류별 해당 잔으로 하루 2잔 이하만 마시는 것이 안전한 음주이다”라며 “또 적은 양을 지속해서 마시는 것도 같은 양을 한 번에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음주의 횟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많은 술을 마시는 경우,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면서 야채나 과일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근본적으로 음주량을 줄이는 것에 비하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안주를 많이 먹으면 덜 취한다는 속설로 인해 안주를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주와 더불어 고칼로리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지방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간장약 복용을 하게 되면 간 기능 검사 결과가 다소 좋게 나올 수는 있다”며 “그러나 어떠한 간장약도 술을 마신 것을 보상해주는 것은 없다. 숙취에 좋다는 음식들은 간에 정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음주 이후에 느끼는 증상들을 심리적으로 완화해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얼굴 빨리 빨개지면 알코올 분해 기능이 떨어진다.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고 불편한 사람은 대부분 음주를 자제해 오히려 간 질환 발생 빈도가 높지 않으나, 이러한 불편함을 무릅쓰고 음주를 지속하면 간 손상 위험이 있다.
오히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과한 음주로 인한 간 손상 위험이 더 큰데, 이에 신 교수는 “오랜 기간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간에 이상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다만 음주 습관과 개인적인 유전적 소인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는데, 혈액검사에서 간수치를 우선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흔히 ‘간수치가 높다’고 하는 것은 AST, ALT, 감마GTP가 상승하는 경우이다. 이 중에서 ALT가 간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 교수는 “연말과 같이 음주 기회가 많은 시기에는 불가피한 술자리 외에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음주 시에는 충분한 수분과 고른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좋지만 튀김 등 고칼로리 음식만 지속해서 먹는 것은 지방간 등에 좋지 않다. 간장약은 절대 많은 음주를 보상할 수 없으며, 많이 마신 사람의 간이 건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