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30만명대’ 유지 위해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바뀐다

신생아 ‘30만명대’ 유지 위해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바뀐다

기사승인 2018-12-07 11:30:00

내년 상반기부터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건강보험료가 최저수준으로 부과된다. 또 출생신고 시 혼중-혼외자를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 폐지 및 자녀의 성본결정 협의시점 확대 등을 통해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며,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위해 남녀가 평등한 노동환경이 마련될 전망이다.

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그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했던 출산장려 위주 정책 대신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며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 이를 통해 출산‧양육 부담을 줄이고,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기존 2016~2020년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핵심과제 위주로 재정비하고, 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할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로드맵에는 2021~2025년 4차 기본계획과 연계되는 중장기 핵심과제까지 포함됐다. 이번 로드맵은 ▲삶의 질 향상 ▲성 평등 구현 ▲인구변화 적극 대비를 목표로 설정했다.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가 평등한 일터나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의료비 부담 대폭 경감, 다자녀 지원 3자녀 이상에서 ‘2자녀’로 변경

우선 의료비 등 출산·양육비 부담을 낮추고 유(有)자녀 가구에 대해서는 집중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약 66만원 수준의 경제적 비용이 드는 것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결정을 하는데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경감하고, 조산아·미숙아·중증 질환에 걸린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현행 21~42%에서 5~20%로 낮추고, 국민행복카드 금액을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린다. 조산아·미숙아 건강보험 본인부담도 5%로 낮추고, 향후 중증질환에 걸린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성과와 지자체 예산 활용을 연계 검토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비혼, 만혼 추세를 고려해 난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고위험 출산 진료를 위한 전문인력을 확충하며, 출생아 수가 감소하더라도 산부인과 등 의료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건보 본인부담 비율 인하 및 건보 적용연력 확대 등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또 출산 후 집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 지원대상을 현행 기준중위소득 80%에서 100%로 확대할 방침이다. 병원에서 아동건강 종합상담서비스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아동수당 범위도 6세 미만 아동 전 계층을 지원하도록 한다. 이어 아동수당 지원범위·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마련하고, 아동수당의 안정적 지급을 위해 기금 마련 등 재원 확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많은 가구가 다자녀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자녀 지원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부터’로 변경하고, 자녀 수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산입하는 ‘출산크레딧’을 둘째아에서 첫째아부터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단시간 근로자,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 약 5만 명에게는 월 50만원씩 90일간 출산지원금을 총 150만원 지급해 출산휴가급여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남녀평등 육아, 일·생활 균형 지원 나서…육아휴직제도 개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당연한 권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한다. 또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폭넓게 쓸 수 있도록 사용기간 등을 확대한다. 자녀육아·돌봄·학업·훈련 등 생애주기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 조절이 가능한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연차휴가 사용 활성화, 정시퇴근 문화 확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등 근로자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문화를 확산해 일·생활 균형을 확립하고,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유급 3일에서 10일로 늘린다. 중소기업, 전문직, 언론·방송계 등 육아휴직이 어려운 직종에 맞는 보완대책도 마련해 남성 육아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일·생활 균형 문화를 집중적으로 확산해 나간다.

육아휴직제도도 개편한다. 육아휴직 제도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육아휴직 초기에 휴직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개편하고, 육아휴직 기간 중 건강보험료로 근로자 기준 월 9000원 수준인 직장가입자 최저수준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영유아 보육‧교육 공공성 강화, 가정 내 돌봄 지원

내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학급을 1000개 신‧증설해 공보육 이용아동 40% 달성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단축한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도 현행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에서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으로 확대한다.

보육 내실화를 위해 보육교사 등 인력배치를 확대하고, 12시간기본인 보육지원구조를 ‘기본 + 연장보육’ 체계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보육교사 자격체계도 개편한다.

내년에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물 인터넷(IoT)을 활용한 등‧하원 알리미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며 미세먼지 없는 건강한 보육환경도 만들어나간다.

또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해 유치원의 일방적 폐원통보, 집단휴업을 금지하고,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

학교 돌봄교실과 지역사회 다함께 돌봄 등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체계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질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가정 내 돌봄 강화를 위해서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용가구를 현재 9만에서 18만으로, 활동하는 아이돌보미 수를 2만에서 4만으로 현행보다 2배로 늘린다. 아이돌보미 수당도 인상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아이돌보미를 광역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민간 돌보미를 포함한 아이돌봄 종사자에 대한 국가자격제도 도입도 추진해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고, 민간 분야와도 연계를 강화하는 등 아이돌봄 사업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원활한 수요‧공급 연계를 위해 ‘실시간 신청‧대기관리 시스템’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구축·운영도 한다.

 

◇비혼·출산 양육 지원, 차별 야기하는 불합리한 법제 개선

그동안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인식으로 인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거나 유기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이에 비혼 출산‧양육에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법제를 개선,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불합리한 법제 개선(안)에는 ▲친부 등이 자녀를 인지하더라도, 종전 姓 사용 원칙 확립 ▲주민등록 등·초본의 ‘계모, 계부, 배우자의 자녀’ 등 표기 개선 ▲혼중-혼외자 구별 폐지 ▲자녀 성 결정은 부성우선원칙에서 부모협의원칙으로 전환하고, 협의시점은 혼인신고 시에서 출생신고 시까지 확대 등이다.

또한 출생 여부가 누락되는 아동이 없도록 출생통보(등록)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칭) 도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출생통보(등록)제는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사실을 통보해주는 제도이고, 보호출산제는 실명 출생신고가 어려운 경우 익명신고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와 함께 한부모 가족의 아동양육비 확대, 육아휴직 사용기간 연장 등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난임시술 지원 대상을 비혼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일자리 확충, 주거 지원 강화로 2040세대 결혼·출산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청년, 여성, 육아기근로자 등 2040세대의 안정되고 차별 없는 일자리 확충과 주거 지원 강화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청년 채용 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 ‘청년일자리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일자리위원회와 협력을 강화하고, 고용보험 적용의 사각지대 해소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등을 통해 청년의 고용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한다.

남녀 가평등한 노동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채용의 성차별을 해소한다. 이를 위해 남녀 임금현황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여성 임원 목표제를 도입하며, 고용평등 전담조직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육아휴직 후 회사에 다시 복귀하는 경우 ‘인건비 세액공제’를 신설할 예정이다.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주거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안정된 양육환경을 갖춘 공공주택 공급도 강화한다. 임대주택 공급평형을 확대하고, 국공립어린이집, 공동육아나눔터 등 돌봄공간을 갖춘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조성해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이 수월하도록 저렴한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약 38만쌍의 신혼부부가 양질의 공공보육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공주택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4차 산업혁명, 맞벌이 증가, 아동 수 감소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주는 양질의 공교육을 제공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부터 누구나 쉽게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기본교육을 집중 지원하고, 놀이연계수업 등 활동중심수업을 확대‧운영한다. 고교 무상교육, 기초생활수급가구 교육급여 대폭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의 기회 보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창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조정관은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목표 출산율은 없다”며 “기존 3차 기본계획에서 설정했던 목표 ‘출산율 1.5’은 실현 가능한 수준이 아니고,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 주도 출산장려 정책이라는 비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전국 출생아 수 30만명대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세웠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전국 출생아 수가 30만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두 자녀 포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로드맵은  더 나은 삶 보장을 통해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마련했다”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일터와 가정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양육지원체계와 육아휴직제도 개편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아젠다를 적극 발굴,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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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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