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쟁의 장려금 받으려면 통상임금 소송하면 안 된다’는 합의는 무효”

“‘무쟁의 장려금 받으려면 통상임금 소송하면 안 된다’는 합의는 무효”

기사승인 2018-12-14 15:05:30



‘쟁의행위(파업)를 하지 않으면 장려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격려금을 주겠다’는 조건과 결부시킨 합의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고법 창원 제1민사부(재판장 강경구 부장판사)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가 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기업노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등 2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교섭대표 노조인 기업노조는 2015년 12월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면서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 ▲무쟁의 장려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쉽게 말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쟁의행위를 하지 않으면 격려금과 장려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격려금과 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히거나 관련 소송을 취하한 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다.

이에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중 절반 넘게 소를 취하하고 격려금과 장려금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소를 취하하지 않은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들은 “회사가 복수노조에 대한 사용자 중립유지의무를 위반했으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금속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사회질서 위반행위로서 불법행위”라며 “회사는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격려금과 장려금 지급 조건은 금속노조 뿐만 아니라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차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두 조건을 결부시킨 것은 통상임금 소송이 무쟁의 장려금 지급 취지, 즉 노사 간 화합을 도모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사가 이 사건 통상임금소송을 유지하는 금속노조 조합원들로 하려금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없도록 해 불이익하게 취급함으로써 금속노조 단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격려금과 장려금 지급 조건을 결부시키고 이를 고수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기업노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도 금속노조 조합원들 중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인데다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원고들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실제 금속노조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지회를 탈퇴함으로써 단결력도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로 보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회사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342명 조합원에게 각각 300만원가량 총 9억3800여 만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의 90%를 부담해야 한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률원은 “무쟁의 장려금 지급 조건을 통상임금 부제소 격려금 지급 조건과 결부시킨 합의는 부당노동행위이자 불법행위임을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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