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방안을 밝혀 면세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이공(중국 보따리 상인)이 감소해 ‘파이’가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과포화인 서울 시내 면세점만 무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서울 등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편의를 제고해 한국 방문을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자체별 면세점 매출이 전년보다 2000억원 이상 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과 비교해 20만명 이상 늘면 대기업 면세점을 추가 허가하기로 기존 요건을 완화했다. 사실상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대상 업체가 선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 편의 제고'라는 정부 방침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 면세업계 고객 대부분은 순수 관광객이 아닌 따이공 이라는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90%를 따이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따이공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맛봤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약 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면엔 송객 수수료가 있었다. 시내 면세점들은 따이공들을 데려오기 위해 ‘유치전’을 벌였다. 물건 구입에 혜택을 더 얹어주거나 이들을 데려온 여행사에게 ‘송객 수수료’(리베이트)를 줬다.
지난 10월에는 ‘송객 수수료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 관광객과 따이공 유치전에 열을 올린 것이다. 평소 20% 정도인 수수료는 40%까지 치솟았다. 이는 팔아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다.
이같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면세점이 더 들어선다면 아마 '수수료 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간에서 따이공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규 면세점이 조기 안착을 위해선 송객 수수료에 돈을 쏟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기존 업체도 맞불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면세점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따이공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것도 큰 리스크다. 중국 정부는 내년 1월 1일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도입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종 불법, 위법적 거래를 단속할 방침이다.
이에 따이공은 앞으로 국내서 산 제품을 중국 현지 온라인을 통해 되파는 경우도 법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물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따이공의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에 대한 여파는 일단 지켜볼수 밖에 없지만,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국내 면세업계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면세점 수를 늘리기보다 사드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입국장 인도장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늘어난 따이공에만 의존해선 면세업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풀려야 하지만 지난달 중국 '씨트립' 헤프닝 이후 상황이 변한 것이 없다”며 “정부뿐 아니라 관광, 면세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관광객을 늘릴 대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