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가 경제 불황에서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19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매출 경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 이유는 뭘까.
27일 신한금융투자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면세점 매출액은 171억5000만달러로 작년대비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달러 환율 1120원을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해 보면 무려 ‘19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외국인 매출액은 135억달러로 4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15조2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업계는 최고 매출을 목전에 두고도 웃음 짓지 못하고 있다. 사실 매출 대부분이 따이공에 의한 것으로 겉만 화려한 상황인 탓이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을 물건을 구입해 귀국 후 ‘되팔이’ 수익을 올리는 중국 보따리 상인이다. 싹쓸이 쇼핑으로 객단가가 높기 때문에 시내 면세점은 이들에게 ‘송객 수수료’를 주고 있다.
매출이 높다 한들 상당 부분 다시 수수료로 빠지는 구조인 것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따이공을 두고 유치전을 벌일 정도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 10월에는 업체 간 ‘송객 수수료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수수료를 올려 따이공 유치에 나섰고, 평소 20% 정도인 수수료는 40%까지 올랐다. 이는 팔아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다.
업계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눈부신 매출 성과는 대기업 면세점에 한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동화, 에스엠 서울점 등 중견‧중소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12개 시내 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월평균 매출액은 약 399억원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손익분기점 1156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웃음이 아니라 울음을 터트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내년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혀 중견‧중소 면세업체의 얼굴은 더 어둡다. 경쟁자가 늘면서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중견‧중소 면세점은 설자리가 더욱 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 시내 면세점만 경쟁에 내몰리고 따이공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이 조기 안착을 위해선 송객 수수료에 돈을 쏟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기존 업체 역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포화 상태에 이른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출혈 경쟁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새해에는 따이공 자체가 줄지도 모른다는 것도 업계의 얼굴을 어둡게 한다. 중국 정부는 내년 1월 1일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도입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종 불법, 위법적 거래를 단속할 방침이다.
이에 따이공은 국내서 산 제품을 중국 현지 온라인을 통해 되파는 경우도 법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물어야 한다. 얼핏 보면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면세점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따이공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에 대한 여파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부정적 영향을 주면 국내 면세업계의 따이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