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의 친환경 혁신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는 친환경 캠페인을 내세우며 친환경 혁신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환경’에 대한 관심도 커진 데다, 비용 절감·이미지 재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현대홈쇼핑은 냉장고에 보관 중인 아이스팩을 무료로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아이스팩은 식품이 상하지 않게 함께 포장하는 보냉재다. 분리배출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대부분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쓰레기로 버리는 일들이 허다했다.
본 캠페인은 참여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아이스팩 수거 신청을 하면 택배업체가 직접 방문해 가져간다. 택배 비용은 현대홈쇼핑 측이 전액 부담한다. 참여 고객에겐 현대백화점그룹 통합멤버십인 ‘H포인트’ 5000 포인트도 증정한다.
현대홈쇼핑은 1인당 20개, 총4000명의 아이스팩을 모아 연간 100만개 규모의 아이스팩을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스팩 1개의 가격을 200원이라고 했을 때, 100만개를 재활용하면 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현대홈쇼핑 측의 생각이다.
이처럼 경영 효율화,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단순 트렌드를 넘어 이제는 혁신 단계로 옮겨 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지하 푸드마켓에 '전자가격표시기'를 도입했다. 기존 종이 가격표의 경우 용지, 코팅 등 소모품이 많았다. 전자 가격표는 과거 종이에 표시했던 상품의 가격 등을 전자종이와 같은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표시하는 방식이다.
중앙 서버에서 상품정보를 변경하면 무선 통신을 통해 매장 내 전자 가격표에 자동 반영된다. 가격이 바뀔 때마다 매장에서 종이 가격표를 출력해 수작업으로 교체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폐기물도 줄 뿐더러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 7일 오픈한 롯데마트 인천점 역시 매장 내 모든 진열 상품에 종이 가격표 대신 QR코드가 표시된 '전자가격표시기'를 사용했다. 매장 효율은 높이고, 고객들이 QR코드를 스캔해 장바구니 없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혁신과 맞물려 유통가의 '탈(脫) 플라스틱'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AK플라자는 친환경 캠페인 '리턴 투 그린'을 실시하면서 비닐쇼핑백을 대체할 자체 장바구니를 제작했다. 고객은 소지한 장바구니나 AK플라자의 종이쇼핑백·장바구니만 사용할 수 있다.
슈퍼마켓존에서도 수산물, 물기나 흙이 묻은 채소에 한해서만 사용 가능하다. 청과류는 청과 전용 바구니나 자연분해 비닐에 담는다. 비가 오면 사용했던 우산 비닐도 없어졌다. 대신 매장 입구에 '우산 빗물 제거기'를 비치해 물기를 털 수 있게 했다.
이마트도 일회용 비닐 봉투 없애기에 나서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일회용 비닐과 종이봉투를 없앨 방침이다. 대신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다회용 부직포 장바구니를 제작해 활용한다.
이마트는 자사 전문점이 다회용 부직포 장바구니를 도입할 경우 연간 일회용 쇼핑봉투 200만개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 개점한 이마트 의왕점은 아예 종이 대신 디지털 장치를 사용한 ‘페이퍼리스 디지털 매장’으로 꾸몄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친환경은 이벤트성 느낌이 강했다면, 최근 흐름은 실질적으로 경영 효율과 비용 절감을 이뤄내는 혁신의 일환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새해는 디지털과 친환경 등 어느 해보다 유통업계의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