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던 수술기록지, 이제는 말로 쓴다?

손으로 쓰던 수술기록지, 이제는 말로 쓴다?

기사승인 2019-01-21 09:49:14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국내 최초 인공지능 활용 음성인식 의무기록시스템 도입

모 대학병원 A교수는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수술이 끝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수술기록지를 작성한다. 한쪽으로 기대어 오랫동안 수술하다보니 어깨가 아프고, 빽빽한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서둘러 수술기록지를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수술기록지 작성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의무기록관리규정에서는 환자가 회복실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수술기록지를 작성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교수는 좀 더 편리하게 수술기록지 작성을 할 수 없을까 고민에 빠진다.

그동안 수술이 끝나면 전반적인 수술과정 및 특이사항을 수술기록지에 작성하는데,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불편이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셀바스 AI의 인공지능 의료녹취 솔루션을 도입, 지난해 11월 5일부터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활용했다.

인공지능 앱에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말하면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수술 및 회진 후 작성하는 수술기록지와 경과기록지를 인공지능을 통해 음성언어로 작성할 수 있게 돼 빠르고 편리하게 의무기록 작성이 가능해졌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할 수밖에 없는 진료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두 가지 언어를 혼합해 사용해도 상황에 맞게 문서화 시킨다. 또 의료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어와 의학전문용어도 정확하게 인식된다.

회진 경과기록지 작성 시에도 환자와의 면담 과정을 기록하거나 면담이 끝난 뒤 음성언어로 편리하게 경과기록지를 작성할 수 있다. 저장된 문서는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전송돼 환자 정보에 축적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3개 진료과, 6명의 의료진을 선정한 뒤 1만2000개의 문장을 녹음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를 학습하도록 했다.

도입 후 한 달간 인공지능 솔루션을 사용한 결과, 음성인식률이 90%로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음성언어를 인지하여 의무기록을 작성하게 됨에 따라 기존과 비교해 작성시간이 3~4배 단축됐다. 의사 1명당 의무기록지 작성시간은 하루 평균 25분, 한 달로 계산하면 500분이 단축됐다. 전용기기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적시에 환자상태를 기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수술기록 작성시한 준수율도 100%로 나타났다. 또 개인별 음성언어 특징을 바탕으로 기록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등록된 의료진 외에는 어떤 누구도 수술기록지를 대리 작성할 수 없는 정보 보호 및 보안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된다고 할 수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현재 6명의 의료진에게 시행되고 있는 음성 의무기록지 작성 서비스를 2019년 안으로 20명까지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향후 외래 진료실에서도 이 솔루션이 활용된다면 의사는 컴퓨터 화면과 자판만 바라보는 일은 없어질 전망이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외과 신동우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한 음성인식 기록시스템을 도입하여 효율적으로 시간을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진료 및 연구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분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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