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상승으로 주목받던 엔터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큐브엔터의 경우 최근 실적 반등과 ‘워너원 효과’로 선전하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때 엔터주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JYP엔터(JYP Ent.)는 2만원 후반대로 하락했고, SM(에스엠)과 YG(와이지엔터) 등 대형사의 주가도 주춤한 상태다. FNC엔터(에프엔씨엔터)의 경우 최근 ‘체리블렛’이라는 새 걸그룹을 선보이면서 주가가 회복되고 있으나 1년 전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하향곡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해 대형사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아이돌이 선전할 경우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에스엠의 경우 올해 중국 현지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을 선보일 예정이고, 와이지엔터도 ‘와이지 보석함’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남자아이돌을 공개한다. JYP엔터도 트와이스 자매 그룹 ‘ITZY’가 공식적인 모습을 드러냈으며, 올해 안으로 일본과 중국 현지에서 각각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선보인다. FNC엔터가 런칭한 걸그룹 ‘체리블렛’의 성공 여부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JYP엔터, 새 걸그룹 소식에도 주춤…에스엠·YG엔터도 보합세
트와이스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JYP Ent.)가 고공행진하던 주가가 올해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JYP엔터의 주가는 22일 종가기준 2만9300원으로 3개월 전 주가(3만9150원) 대비 25.15% 떨어졌다. 이는 3대 기획사 에스엠(-10.45%), 와이지엔터(+4.43%)와 비교하더라도 주가 하락세가 컸다.
최근 JYP엔터의 주가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4분기 실적 하향 조정 ▲기관투자자들의 차익실현에 따른 매물이 쏟아져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대비 크게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JYP엔터는 최근 트와이스를 잇는 새로운 걸그룹이 공개됐지만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걸그룹 ‘ITZY’(잇지)의 티저 영상이 공개된 시점(1월 21일)에도 주가가 9%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1만2754주, 97만9996주를 팔아치웠다. 공매도 거래량도 20만8366주에 달했다.
양현석의 YG엔터도 주가 상승세로 이어가다 최근 자회사 전 공동대표 조 모씨의 횡령 문제로 인해 주춤한 양상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7% 미만의 낙폭을 보이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하기도 했다.
에스엠의 경우 4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에스엠의 22일 주가(종가기준)는 4만7100원으로 3개월 전(5만2600원) 대비 10.45% 하락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예상되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타 기획사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모멘텀(신인 그룹 등)이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만이 내놓은 남자 아이돌 엔씨티(NCT)의 상대적 부진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상장 기획사 큐브·FNC엔터 엇갈린 실적
씨엔블루와 AOA가 소속된 FNC엔터(에프엔씨엔터)의 경우 최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적 부진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FNC엔터의 22일 주가(종가기준)는 9160원으로 3개월 전 주가(7840원) 16.83%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매출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매출원가는 늘어나서다. FNC엔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 동기(607억원) 대비 6.5% 감소했다. 이에반해 지난해 매출원가는 516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507억원) 대비 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도 91%로 전년(83.52%)로 상승했다. 게다가 판관비, 금융비용 등을 적용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FNC엔터 관계자는 “매출원가가 늘어난 것은 새로운 걸그룹 준비 등 사업 투자 비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배우 정해인의 광고 계약 등의 수익이 4분기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FNC엔터는 올해 유재석 재계약으로 전속계약금 관련 취득금액(82억5000만원)이 전년 동기(3억3000만원) 대비 급증했다. 유재석은 지난해 7월 FNC엔터와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재석과 같은 탑 연예인과 계약하려면 소속사가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큐브엔터의 경우 실적과 주가 상승 모두 상승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큐브엔터의 22일 종가기준 주가는 4820원으로 3개월 전(2805원) 대비 71.83% 늘어났다. 실적도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큐브엔터는 매출 251억원 영업이익 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큐브엔터의 주가 상승은 비투비(BTO), (여자)아이들 등 아이돌의 선전과 워너원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 유성만 연구원은 “워너원 멤버였던 라이관린의 원 소속사는 큐브엔터라는 것에 따른 기대감, 소속사 아이돌(비투비, 아이들)의 활약이 주가와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엔터주, 반등 호재도 풍부…소속사별로 새 아이돌 내놓는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현재 엔터업종의 주가가 주춤하지만 반등할 수 있는 호재 역시 있다고 전망한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방예담·하루토 등이 포함될 YG보석함, 그리고 신류진·황예지가 포함된 JYP의 ITZY 등 이미 어느 정도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 신인 그룹들의 데뷔가 1분기 내 모두 가시화 될 것이고, 이들의 경쟁은 글로벌 팬덤 확대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JYP엔터는 올해 안에 3개의 아이돌 그룹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 한상웅 연구원은 JYP엔터에 대해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이 밝힌 ‘현지화를 통한 국제화’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여성그룹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그룹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남성그룹은 중국 현지 그룹이 데뷔가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YG엔터와 에스엠(SM)도 각각 아이돌을 선보일 예정이다. YG엔터는 최근 방영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YG보석함’을 통해 팬덤을 형성해 놓은 상태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YG보석함의 가능성은 3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주주인 네이버의 V라이브와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미 누적 뷰수가 각각 1억/6000만뷰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에스엠도 올해 중국 JV 소속의 현지 신인 그룹 데뷔를 통해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아울러 FNC엔터의 반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 FNC엔터는 최근 AOA의 뒤를 이을 걸그룹 ‘체리블렛’이 데뷔했다. 멤버는 총 10명으로 한국, 일본, 대만 다국적 인원으로 구성됐다. 특히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출연한 박해윤(전 연습생)이 소속돼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체리블렛의 데뷔곡 ‘Q&A’ 뮤직비디오는 공개 15시간만인 22일 오전 9시 체리블렛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와 원더케이(1theK) 채널 합산 조회수 100만 뷰를 돌파했다. 또한 씨엔블루 정용화가 올해 복귀하고, 배우 정해인의 활약도 반등 요소다. 또한 예능 제작 등 사업다각화를 시행하고 있다. FNC엔터 관계자는 “현재 JTBC에서 방영하는 ‘아이돌룸’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며 “올해는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