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한석유협회는 23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지난해 수출한 석유제품이 전년대비 4.6% 증가한 4억9399만 배럴을 기록, 2013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은 63빌딩을 206번, 상암월드컵 구장은 33번 채울 수 있는 규모에 해당한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국제유가 및 제품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2017년대비 약 33% 증가한 약 399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 같은 수출액 증가에 힘입어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에 이어 4위를 기록하며 2017년 6위에 비해 2계단 상승했다.
국내 정유사는 2015년 이후 저유가 상황에서도 꾸준히 수출 물량 확대로 위기를 극복해 왔으며, 원유수입액의 55% 이상을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하고 있다.
한편 국가별로 살펴본 지난해 한국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은 중국으로 전체 수출량의 22%인 1억790만 배럴을 수출했으며, 그 뒤로 대만(12%), 일본(11%), 호주(9%), 싱가폴(9%) 순으로 수출했다.
특히 대만은 2017년에는 5위였지만 지난해에는 2위로 껑충 뛰었다. 이는 대만향 경유수출이 55%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2월 국영 정유사 CPC의 디젤 생산시설 화재로 경유생산에 차질이 생긴 데다, 복구 기간도 오래 걸려 경유수입 수요가 증가했다.
아울러 대만 정부가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IMO 2020)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만 항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적 선박에 대해 황함량 규제(0.5%)를 적용함에 따라 선박용 경유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석유제품별로는 경유 수출물량이 1억8505만 배럴로 전체 석유제품 중 38%의 비중을 차지해 가장 높았고, 뒤이어 항공유(19%), 휘발유(17%), 나프타(9%), 벙커C유(5%) 순으로 고부가가치 경질제품 위주로 수출했다.
선박연료유인 벙커C유는 전년 대비 60%나 증가한 2531만 배럴을 수출해 아스팔트를 제치고 다섯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석유제품으로 올라섰다.
벙커C유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IMO규제를 선제 대응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통제해역(Emission Control Area; ECA)을 ‘19년부터 전체 연안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선박연료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와 휘발유 마진이 급락해 수출여건이 악화되었지만, 글로벌 경유, 벙커C유 수요 확대로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정제설비 증설로 인한 석유제품 공급증가, 수출단가 약세 등의 영향으로 수출환경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 시행될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를 적극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확대 등 수출 체질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