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필기시험’제도 생기자마자 채용비리 발생

국립암센터, ‘필기시험’제도 생기자마자 채용비리 발생

기사승인 2019-01-23 15:20:18

국립암센터의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 문제를 미리 유출하는 등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제위원과 면접관들은 함께 일하던 청년인턴과 임시직 근무자의 합격을 돕기 위해 이같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필기시험’제도는 직무 역량 평가를 위해 출제위원들의 추진으로 마련됐는데,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비리가 드러난 2018년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채용 시험에는 정규직 3명 채용에 178명이 몰려 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3일 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업무방해 혐의로 국립암센터 초음파실 수석기사 A(44‧3급)씨와 영상의학과 소속 B(39‧5급)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채용비리에 관여한 또 다른 직원 C씨 등 2명과 지원자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출제위원인 A씨는 2018년 1월 암센터 보건직 채용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임시직인 D씨와 청년인턴 E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초음파 과목 문제 30문항과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들에게 오타 수정을 이유로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보여줬다.

B씨는 필기시험 문제를 취합하는 직원 컴퓨터에 무단 접속해 CT와 인터벤션 과목 시험 문제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자신의 집 앞 주차장으로 함께 일하던 임시직 직원을 부른 뒤 미리 출력한 문제를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를 본 D씨 등 3명 중 2명은 시험에 최종 합격했으나, E씨는 불합격했다. 그러자 A씨는 E씨를 임시직으로라도 채용할 수 있도록 면접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면접 문제도 미리 알려줬다. E씨는 사전에 짜인 각본대로 최고점을 받아 임시직에 합격했다.

해당 필기시험제도 자체도 A씨 등 채용비리에 관여된 기사들에 의해 2018년 1월 처음으로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까지는 서류와 면접으로만 채용이 이뤄졌다.

암센터 관계자는 “필기시험은 2017년 12월 공고 후 다음 해 1월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전에는 방사선사라는 전문직종을 채용하는 거라 필기시험이 없었는데, 이분(채용비리에 관련된)들이 직무역량을 평가하고 더 전문적인 사람을 뽑기 위해 필기시험을 도입했다”며 “처음 시작한 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처 시험과 관련한 투명성, 공정성 등의 완벽도를 갖추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한 후 그 해 2월 말 채용제도를 개선했다. 지금은 문제 출제도 외부에서, 심사도 외부위원이 참여한다”며 “현재 문제가 된 직원 5명은 직권면직 등 징계 조치를 취했다.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험기회를 다시 제공하는 등 구제절차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유출한 직원들과 지원자들이 친인척 사이는 아니다. 다만 1~2년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라 도움을 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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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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